中기업, 北에 핵물자 팔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0일 03시 00분


한-미 싱크탱크 공동보고서 발간
회사 248곳-개인 167명-배 147척… 유엔 제재 강화한 지난 5년간 위반
알루미늄 등 금지물질도 수출해와

중국 기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대상으로 삼은 북한 기관과 오래전부터 거래해 왔으며 특히 알루미늄, 텅스텐 등 핵 개발 및 미사일 재료로 전용 가능한 물질도 팔아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사실이 한미 양국의 민간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 드러났다.

아산정책연구원은 미국의 비영리 안보 싱크탱크인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와 함께 19일 발표한 ‘중국의 그늘 속에서(In China‘s Shadow)’라는 영문 보고서에서 북한 기업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피하고 있는 회사 248곳, 개인 167명, 선박 147척 등 562개를 새롭게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중국 동북부에 있는 랴오닝훙샹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단둥훙샹산업개발공사는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알루미늄 잉곳, 산화알루미늄, 암모늄 파라 텅스테이트(APT), 삼산화텅스텐 등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수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 1월부터 북한의 4차 핵실험 4개월 전인 2015년 9월 사이 산화알루미늄 25만3219달러(약 2억8000만 원)어치를 배에 두 번에 걸쳐 싣고 가 팔았다. 이는 2006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가 북한 핵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과 기술의 이전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것을 위반한 것이다. 올 3월 채택된 결의 2270호는 알루미늄 등 핵 개발에 전용 가능한 ‘이중 용도 품목(dual use goods)’이 금수(禁輸)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또 랴오닝훙샹그룹은 2009년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와 합작으로 랴오닝훙바오산업개발공사를 세워 전기설비 등 각종 물품을 북한에 수출해 왔다. KNIC는 북한의 외화벌이에 깊숙이 개입해 온 회사로 유엔 안보리와 한국 정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보고서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과의 교역을 유지하며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이 동북아 패권 유지를 위해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방조하거나 지원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보고서 공개로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에 더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놓고 중국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중국기업#안보리#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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