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사무소에서 근무한 인턴 황모 씨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부정하게 채용된 것과 관련해 최 의원의 청탁 사실을 줄곧 부인해온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21일 법정에서 “최 의원이 직접 지원자를 그냥 합격시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박성인) 심리로 이날 열린 박 전 이사장과 권태형 전 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의 공판에서 박 전 이사장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최 의원이 직접 (최 의원실 인턴 출신) 지원자를 그냥 합격시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박 전 이사장과 권 전 실장은 2012년 상·하반기 및 2013년 하반기 중진공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 등을 조작해 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1월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부정 채용된 입사자 중 최 의원 지역사무소 인턴 출신 황모 씨가 포함돼 최 의원의 부정 인사 청탁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은 최 의원에 대해 한 차례의 서면조사만 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이날 박 전 이사장은 2013년 8월 1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최 의원을 국회에서 만나 “(인턴 출신) 황 씨가 2차 면접까지 왔는데 외부 위원의 강한 반발로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최 의원에게) 말씀드렸다”면서 “(최 의원이) 한참 생각하시더니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까 믿고 써보라”고 밝혔다. 검찰이 “왜 최 의원 말을 그대로 따랐느냐”고 묻자 박 전 이사장은 “최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이었고 당시 원내대표여서 (불이익이 따를까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 박 전 이사장은 “그 당시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고 그걸 말한다고 상황이 뭐가 바뀐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라며 “재판 과정에서 한 달 넘게 고민을 했는데 제 인생에 있어서 언젠가 정리하고 갈 문제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권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최 의원의 증인 채택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청탁 여부가 직접 쟁점이 아니고 기소도 되지 않아 증인으로 불러서 물어보는 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임채운 현 중진공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 의원의 인턴 인사 청탁 의혹 사건은 지난해 9월 이원욱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최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사무소 인턴으로 일했던 황모 씨가 2013년 하반기 중진공 채용에 지원했으나 서류점수 조작과 채용정원 편법 확대에도 불구하고 합격권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최 의원과 박 전 이사장이 2013년 8월 1일 국회에서 독대한 뒤 다음날 황 씨가 포함된 합격자 명단이 발표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이 최 의원의 인사 청탁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주요 근거였던 박 전 이사장의 진술이 뒤집어지면서 최 의원에 대한 재수사 요구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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