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무장 도미노 우려… “북핵 대응, 확장억제력으로 충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3일 03시 00분


한국 핵무장론에 공개 반대 이유는

 “우리(미국)의 이익에, 또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 백악관이 존 울프스탈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 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을 통해 21일(현지 시간) 한국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론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한국마저 핵무장에 나서는 북핵발 핵 확산 도미노는 미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특히 1990년대 회수했던 주한미군 핵무기를 한반도에 다시 배치하는 것은 핵무기 확산 저지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계’ 이념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고 그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한때 워싱턴 일각에선 북한의 핵 개발로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불거질 경우 전술핵 재배치로 이를 무마하자는 의견이 나온 적이 있었다. 전면적인 자체 핵무장보다는 1991년 12월 한국에서 전면 철수한 미군의 전술핵을 부분적으로나마 재배치해 한국인의 안보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것. 워싱턴 외교가의 대표적인 비확산론자인 헨리 소콜스키 비확산교육센터 소장도 “어떤 식으로든 한국의 안보 수요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 대신 미 핵우산 전력을 통해 북핵을 억제하는 것으로 다시 정리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9일 성명을 내고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흔들림 없는 방위공약과 미국 국방력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확장 억제를 제공한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13일 서울에서 확장 억제력을 강조하며 핵무장 불용론을 폈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일시 재배치론이 한반도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미국이 여전히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는 유럽과 한반도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미국이 옛 소련 공격용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배치한 유럽 기지들이 소련의 타격 목표가 되면서 해당 국가들이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전술핵무기 배치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B-61 등 전술핵무기가 한국에 배치된다고 해도 미국의 동의 없이 F-15K로 싣고 가서 터뜨릴 수는 없다는 한계도 있다. 또 핵무기 배치 지역은 경기 평택, 전북 군산 등 미군기지 인근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첨예한 지역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미동맹의 틀을 흔들 정도의 의지가 아니라면 핵무장 자체를 밀고 나가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한편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한반도 출동과 관련해 22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징벌의 핵탄은 청와대와 반동 통치기관들이 몰려있는 동족대결의 아성 서울을 완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며 “괌도를 아예 지구상에서 없애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선남국 외교부 부대변인은 “(수해 피해를 당한) 주민들을 돌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 당국을 용납하기 어렵다”며 “(올해) 22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비용이 약 2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수해로 인한 피해보다 훨씬 큰 규모”라고 지적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미국#북한#핵무장#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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