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국회는 극한 대치의 끝이 무엇인지를 극명히 보여줬다. 해임건의안을 두고 맞붙은 여야는 하루 종일 벼랑 끝 승부를 벌였다. 여당은 초유의 ‘장관 필리버스터’ 전략까지 꺼내들며 지연 전술을 택했다. 이에 거야(巨野)는 해임건의안 찬성 의지를 다지며 맞섰다.
야당 출신의 정세균 국회의장도 차수 변경과 해임 건의안 상정을 택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장에서 “날치기 독재”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야권은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 차수 변경에 여당 강력 반발
이날 오후 11시 57분, 정 의장이 의장석에서 일어났다. 정 의장은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어 오늘 예정된 의사일정 처리를 위해선 시간이 부족하다”며 “국회법 77조에 따라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 협의를 거쳐 차수 변경을 하고 바로 본회의를 개최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위원들은 출석 의무가 종료됐다. 더 이상 대정부 질문을 할 수 없게 됐으니 돌아가셔도 좋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단상 앞으로 뛰쳐나와 거세게 항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법을 완전히 무시한 날치기 독재”라며 “민주주의를 이 자리에서 짓밟고 있다”고 항의했다.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정 의장을 향해 “물러나라”, “사퇴하라”고 외쳤다.
그러나 정 의장은 24일 0시 19분 제9차 본회의 개최를 선언하고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상정했다. 이에 0시 20분 국무위원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곧바로 진행된 투표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의원 전원과 정 의장,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등 170명이 참여했다.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은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됐다.
○ 정국 급랭…험난한 정기국회 예고
이날 더민주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청문회 개최 등과 해임건의안 처리를 협상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어버이연합 청문회 실시,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연장하면 해임건의안을 철회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의도가 김 장관을 해임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여당은 “김 장관에 대해 제기된 의혹의 상당 부분이 청문회 과정에서 해소됐기 때문에 야당이 내세운 해임 주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협상이 무산되자 더민주당은 국민의당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며 표 단속에 나섰다. 당초 해임건의안 제출에서 빠졌던 국민의당은 23일 오후 10시 의원총회를 거쳐 의원 자율로 해임건의안 투표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당론으로 가결하자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헌법기관으로서 의원 자유의사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자유 투표를 결정했다”며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주 등의 분위기가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결국 야권이 해임건의안 표결을 관철시키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및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 강경 대응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생각이다. 또 정 의장에 대한 해임촉구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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