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춘 농해수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들어서자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상황에서 (김 장관이) 증인 선서를 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불수용하면서 법률적으로 아직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선서는 장관이 하는 것으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후 ‘투명인간’ 신세를 면치 못했다.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더민주당 간사인 이개호 의원은 “김 장관이 국회의 불신임에도 국감에 증인으로 나와 유감”이라며 “오늘 질의는 차관에게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쏟아지는 질문에 “장관과 논의하겠다” “장관이 답변하는 게 맞다” 등으로 대신 답하며 진땀을 뺐다. 다만 오후 국감에서 더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김 장관에게 거취 문제 등을 따졌고, 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농정 현안을 성실히 해결하겠다”며 자진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김재수 해임건의안’ 후폭풍으로 20대 국회 첫 국감은 시작부터 파행했다. 당초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한 12개 상임위에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회의가 무산되거나 야당 의원만 참석한 채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 야당 상임위에선 ‘반쪽 국감’
더민주당 소속 의원이 사회권을 잡은 상임위에선 여당 의원들의 참석을 기다리다 야당 단독으로 감사를 강행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갑작스레 추가 증인을 채택하는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상임위 간사만 참석시켰다.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감은 심재권 위원장의 “(새누리당 간사인) 윤영석 의원 외에 여당 의원들이 나오지 않아 유감”이라는 말로 시작됐다. 윤 의원은 “국회의장이 비정상적 행태를 거두고 편파적이지 않게 국회를 운영한다면 (여당은) 지금이라도 국감에 참석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오전 10시 여당의 참석을 촉구하는 의사진행 발언만 이어가다 약 30분 만에 정회됐다. 조정식 국토위원장은 오후 2시경 “여당이 참석하지 않은 걸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중요한 업무라서 진행하겠다”며 국토교통부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보건복지위원회도 역시 개의 12분 만에 정회됐다가 오후에 야당 단독으로 보건복지부 감사를 진행했다.
국민의당 소속 위원장을 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유성엽)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위원장 장병완)는 다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유 위원장은 “새누리당을 설득해 같이 하면 좋겠다”며 28일로 감사를 연기했다. 산업위는 야당 의원만 참석한 채 진행했다. ○ 여당 상임위에선 “돌아오라”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을 둔 법사위, 정무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방위, 안전행정위는 국감을 위한 전체회의를 아예 열지 못했다.
정무위는 국무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진복 위원장을 비롯해 여당 의원이 전원 불참하면서 파행했다. 당초 인사말이 예정됐던 황교안 국무총리도 참석하지 않았고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등 주요 간부만 자리를 지켰다. 야 3당 의원들은 간담회로 대체해 여당 성토를 이어가다 “새누리당은 국민께 부끄러운 국회가 되지 않도록 당장 국감장으로 돌아오라”는 성명을 발표한 뒤 회의를 마쳤다. 법사위와 국방위 야당 의원도 각각 국감을 위해 대법원과 국방부에 갔다가 오후 3시경 전원 철수했다.
한편 농해수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에게는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 부회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대책과 관련해 출석했지만 재단에 800억 원에 이르는 출연금을 낸 경위와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의 관계 등에 질문이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재단 설립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서 한 것”이라며 “(최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최 씨의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인 정동춘 씨가 K스포츠재단 2대 이사장을 맡은 데 대해선 “그쪽(K스포츠)에서 선임한다고 했으니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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