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26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 거래를 지원한 중국기업 단둥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수뇌부 4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법무부는 이들을 국가비상경제권법 위반과 사기·돈세탁 모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미국 내 보유 자산이 동결됐고, 중국 시중은행 계좌 25개에 예치된 자금은 압류된다. 미 행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에 사실상 착수한 것이다.
2010년 이란에 처음 적용된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미국은 2015년 핵프로그램 중지 항복을 받아낸 바 있다. 북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뒤 미 정부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대북제재 강화법(2월)에 이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6월)했다. 그러나 재량권을 쥔 행정부는 30개 정도만 제재 리스트에 올려 ‘이란만큼 강력한 제재 없이는 북핵 포기를 끌어낼 수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미 행정부의 이번 훙샹 제재는 드디어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국적 불문하고 북과 거래하는 기업의 제재에 나섰다는 점에서 대북제재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북은 자신들의 정권에 충성하면서 해외 무역을 수행하는 네트워크가 끊겨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불법 행위에 가담한 중국기업 제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이란식 제재를 통해 북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명줄을 죄어야 한다.
2월 유엔 안보리 보고서는 제재 대상 북 기업과 연루된 중국기업이 수십 개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실행해야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 미국이 북과 거래하는 중국기업 몇 곳이 문을 닫게 만들면 다른 중국기업들도 조심할 것이다. 이란 제재 때 미국이 중국 쿤룬은행을 제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란과 거래하면 망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른 중국은행들이 제재 조치를 따르기 시작했던 것이 좋은 예다. 대중(對中)관계에서 칼집만 차고 있었던 미국은 이제 칼을 꺼내 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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