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국가미래연구원과 2014년 7월부터 2년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30억 건의 글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국민은 우리 사회를 ‘부패·불신·불안전 사회’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찾아낸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공정, 통합, 안전이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사회에 만연한 부패에 분노하고, 국론 분열에 좌절하며, 일자리 불안에 떨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정치에 있다. 어제 국회를 보면 안다. 새누리당의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북한 위협이 가중되는 상태에서 국방위 국정감사마저 못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국감에 임할 뜻을 밝히자 당론에 반(反)한다며 소속 위원들에게 감금당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여당 대표라는 사람은 ‘국회의장이 사퇴할 때까지’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를 앞세워 밥을 굶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한 언행으로 국감 파행을 초래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중재는커녕 외유(外遊)나 간다고 한다. 국민을 우습게 보고 의회민주주의를 능멸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업자와 어울리며 룸살롱에 다닌 부패한 부장판사는 정치인의 사위였다. 검사 출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들이 대거 대통령실, 법무부, 사정기관 등을 장악해 ‘검찰 공화국’의 우려가 있다”며 정치에 물든 검찰 권력 문제를 지적했다. HSBC, 노무라 등 해외 주요 연구소들이 한국의 올 4분기와 내년 성장률을 1%로 낮춰 전망하는데도 정치권은 속수무책이다. ‘일자리 불안’과 거리가 먼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의 철밥통 노조들은 어제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 모든 사태에 가장 책임이 큰 대한민국호(號)의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만의 결기에 빠져 누구도 ‘소통하라’는 주문을 못하고 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 고위층은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며 “사회로부터 특혜를 받은 상위계층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까지 바쳐야 한다”고 했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하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1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공정사회’가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부패와 기득권에 물든 고위층의 솔선수범이 따르지 않아 국민의 냉소만 자아냈다. 오늘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공직 관련자들부터 공정사회를 구현하라는 시대적 명령일 것이다.
국운(國運)이 쇠하지 않았다면 국회라도 정상화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단식하는 여당 대표를 찾아가 사과하고, 여당도 즉각 국감 보이콧과 단식을 중단해 ‘통합’의 시대정신에 부응하기 바란다. 공정하지 못한 특권 속에 불신을 받아 온 정치권이 바뀌지 않으면 여야 모두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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