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남탓만 하는 국회]의장사퇴촉구결의-징계안 제출
28일 국회 집회엔 당원 총동원령… 정세균 사퇴 가능성 없는데도 힘겨루기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 이틀째인 27일 오전 10시. 새누리당 의원 100여 명은 국감장 대신 국회의장실 앞 복도에 5열 종대로 줄을 맞춰 앉았다. 손에는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은 물러가라’란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 농성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강행한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새누리당의 의원총회였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의 구호 선창에 주먹 쥔 의원들의 외침이 국회 복도를 메웠다.
집권여당 대표로 사상 초유의 단식투쟁에 나선 이정현 대표는 이날도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정현이 하는 건 쇼가 아니다. 며칠 정해 놓고 (단식을) 장난 식으로 할 거면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강(强) 대 강 대치’에 대해선 “(야당이) 숫자, 힘으로 가니까 우리도 힘으로 맞서야 하는 게 ‘강 대 강’이냐”고 반문했다. 정 의장을 ‘정세균 씨’라고 부르며 “의회민주주의를 지킬 자격도, 자질도 없는 사람이기에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부의장에게 의장직을 물려주는 게 이 상황을 중단시킬 유일한 길”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안’과 ‘국회의원 정세균 징계안’을 제출했다. 28일에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정 의장을 형사 고발하는 초강수를 둘 예정이다. 당원 총동원령도 내렸다. 이날 당사에서 원외위원장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28일 국회에서 당 소속 광역·기초의원 전원을 비롯한 당원 3000여 명을 모아 시위를 벌인다.
전후 사정을 떠나 집권여당이 국감을 보이콧하고 전면 투쟁의 정국을 만들어 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날 이 대표의 단식 소식을 접한 여권의 한 원로는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느냐”며 답답해했다. 당 대표는 꽉 막힌 정국을 정치력으로 풀어야 할 최종 책임을 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강경 일변도라서 두 사령탑 간 역할 분담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정 의장 사퇴’를 단식 중단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정 의장이 여당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다. 이 대표가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채 ‘벼랑 끝 대치’를 선도하는 형국인 셈이다.
이 대표로선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는 인터뷰에서 “국감 기간에 이러고 있어 국민에게 예쁜 소리 못 듣는 건 당연하지만 벌써 두 달 동안 너무 많은 횡포가 있어서 단식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정 의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엔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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