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남탓만 하는 국회]파행중에 대학서 국회 선진화 특강
“정쟁 유발 말아야” 행동과 다른 말… 정세균측 “단식 때문에 할수 있는게 없어”
“제가 누굴 닮았다는 소리 듣는데 누굴까요? 혹시 아시는 분?”
정세균 국회의장은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의 방목학술정보관 1층 국제회의장 무대에서 학생들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정 의장이 활짝 웃는 모습과 어린이들 사이에서 ‘뽀통령’으로 통하는 애니메이션 ‘뽀로로’ 속 캐릭터 루피의 모습이 나란히 떠올랐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같은 시간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반쪽짜리 국정감사가 이틀째 파행되고 있었다. 정 의장은 이날 명지대에서 ‘국회 선진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한두 달 전에 정해진 일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국회를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만든 사람이 무슨 국회 선진화 방안을 강의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 의장도 부담스러웠는지 특강을 마치며 “제가 심경이 아주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여러분을 만나니 다 잊었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국감 보이콧의 빌미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편파적인 의사진행 논란에 휩싸인 정 의장이 제공했다.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법 절차를 어겼다는 새누리당 주장은 더 따져봐야겠지만 본회의 석상에서 야당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의장의 명백한 실책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난번 개회사 파동이 없었다면 새누리당이 이렇게까지 펄펄 뛰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거푸 두 번이나 당했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의장은 뉴질랜드 방문을 위해 29일 출국하기로 한 일정은 일단 취소했다. 다음 달 3일 뉴질랜드 하원 의장과의 회담에 맞춰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상화되지 않은 국회를 두고 늦게라도 떠나겠다는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 의장이 출국 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26일 야3당 원내대표들에게 국감을 2, 3일 연기하자고 한 게 전부다. 정 의장 측은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이 대표의 단식을 핑계로 정 의장이 손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정 의장은 이날 특강에서 “국회의장은 국회가 잘 운영되도록 1차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며 “가능하면 정쟁을 유발하지 않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쟁은 유발됐다. 정 의장은 바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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