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구조조정 방안, 민간 컨설팅 의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방향 잃은 산업 구조조정]전문가들 “미시적 해법에만 초점 산업전체 큰그림 그리는 데 한계”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13년 상반기(1∼6월) 대우조선의 용역을 받아 경영컨설팅을 진행했다. 맥킨지가 내린 결론은 “상선 비중을 전략 선종 중심으로 줄이고 해양플랜트에 주력하라”였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지 1년이 지나자 국제 유가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추가 유전개발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뚝 끊겼다. 앙골라 국영석유기업 소낭골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드릴십 건조가 이미 완료됐음에도 인도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맥킨지가 설계 기술도 채 확보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이 서둘러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도록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6월 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관한 컨설팅을 다시 맥킨지에 의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전문성이 부족하고 이미 한 차례 기업 컨설팅에 실패한 맥킨지에 업계 전체의 구조조정 방안을 짜도록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컨설팅이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 사례는 또 있다. 현대상선은 2013년 말 자체적인 유동성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경영컨설팅을 맡겼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계속 경영위기를 겪었고 결국 현대그룹의 막대한 자금 투입이 이뤄진 뒤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석유화학협회도 비슷한 시기 BCG, 베인앤드컴퍼니에 각각 산업 구조조정 방안 컨설팅을 의뢰했다. 정부는 민간 컨설팅 결과를 ‘참고’해 30일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업종’의 산업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 전체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 컨설팅 결과는 일부 제품의 ‘공급 과잉 해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 산업 전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미시적 관점만 담겼다는 얘기다.

 또 BCG 중간보고서 내용이 알려진 뒤 철강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컨설팅 결과가 실제 구조조정 작업에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직접 책임을 지기가 부담스러운 정부부처가 ‘민간의 자율적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쌓다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거나 엉뚱한 처방을 내놓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 구조개혁이라는 메가 프로젝트는 산업별, 제품별로 나눠서 보다 보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많은 돈을 주고 컨설팅을 받더라도 결국 구조조정이나 대체산업 발굴은 정부가 방향을 설정해줘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 기자
#구조조정#컨설팅#미시적#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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