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번 국회 국정감사는 ‘최순실 국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설립과 운영에 개입했다는 미르재단과 대기업 지원에 대한 의혹이 상임위마다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왔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문화계 황태자’로 이름난 CF 감독 출신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미르 설립 때 이사장과 사무총장, 각급 팀장들을 추천했다는 재단 관계자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조응천 더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차 씨는 최순실 씨와 각별한 사이이다. 노 의원은 ‘안종범 청와대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 기업들이 미르에 돈을 낸 것’이라는 기업 관계자의 녹취록도 공개했다.
더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와의 한식 연계 사업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때 지원했고, 미르는 에콜 페랑디와 한국에 요리학교 설립 협약을 맺은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6월 프랑스 방문 때 미르-에콜 페랑디 공동 주관의 한-프랑스 융합요리 시식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5월 말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때 푸드트럭 ‘코리아에이드(K-Aid)’에 K밀로 소개된 쌀 가공식품을 미르가 개발했고, K밀 선정에는 aT와 미르가 관여한 사실이 농림축산식품부 답변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대통령 방문 뒤 푸드트럭은 한식 소개에서 현지식 소개로 바뀐 사실도 26일 외교부 국감자료에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안 수석은 “미르재단 모금 과정에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고 28일 거듭 강조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기업들이 세월호 참사 때 900억 원에 가까운 모금도 금방 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순수한 민간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순식간에 모으는 일이 권력의 도움 없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이 미르재단의 이름을 바꾸고 K스포츠는 이사진을 교체해 두 재단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도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 부정적 민심을 감안한 권부(權府)의 조치일 것이다.
그 정도의 ‘개·보수’로 국민의 의구심이 가라앉을지 의문이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답변대로 박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한 재단이 아니라면, 뒷말 많은 재단을 해산하고 출연금은 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이 어려운데 ‘전경련이 권력 실세의 모금기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이나 듣게 해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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