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전격적이었다.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도, 이정현 대표의 ‘국감 복귀’ 선언도 충분한 당론 수렴 절차 없이 이뤄졌다. 그 결과 당 대표의 국감 복귀 선언을 의원총회에서 뒤집는 일까지 벌어졌다. 집권여당의 좌충우돌에 여야 간 ‘강(强) 대 강 충돌’의 출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 이정현 대표, ‘국감 복귀’ 전격 선언
이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규탄 결의대회’ 도중 불쑥 “내일(29일)부터 새누리당은 국감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앞서 발언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의회민주주의를 능멸하고 새누리당을 조롱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인 직후였다.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정 원내대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처음 듣는 얘기다. 논의를 해 봐야겠다”며 긴급 의총을 소집했다.
이 대표는 국감 복귀 발언 직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며 “의원들은 국감에 정상적으로 임하고, 나는 단식을 하면서 (거대 야당의 횡포를) 충분히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도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국감 복귀는 의총에서 뒤집혀
의총에선 ‘강경론’이 장악했다. 새누리당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까지 “국감 복귀는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 의논을 해야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몇몇 의원의 국감 복귀 주장에 쐐기를 박고 강력한 단일 대오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마당에 이 대표가 사전 협의도 없이 국감 복귀 발언을 내놨다는 것이다.
결국 의총에선 국감 복귀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의원 70여 명 중 국감 복귀 찬성은 10명이 채 안 됐다고 한다. 오히려 의원들은 국감 보이콧을 유지한 채 이 대표와 함께 동조 단식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29일 하루 동안 정 원내대표가 단식에 들어간다. 새누리당은 또 이날 정 의장을 허위 공문서 작성 및 유포, 직권 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국감 복귀 주장이 번복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는 내 얘기를 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는 “벽창호처럼 막힌 (야당) 사람들에겐 이렇게 (내가 단식을) 해야겠지만 소속 의원들이 할 일(국감)은 못하게 하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며 국감 복귀를 말한 배경을 설명했다. ○ 일부 의원 ‘셀프 복귀’ 두고 내분 커질 듯
당내에선 이미 김영우 국방위원장과 하태경 의원 등이 당론과 상관없이 국감 복귀를 선언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감은 국회의원의 의무이자 특권”이라며 29일 국감 출석을 예고했다. 나경원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도 국감 참여와 정 의장 규탄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셀프 복귀’ 입장을 두고 소신이냐, 자기 정치냐의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주말 ‘국감 참석 거부’가 당론으로 결정됐을 당시부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지만 너무 급박하게 흘러 경황이 없었다”며 “이후 의총에서 국감 등 국회 일정을 지켜야 한다고 몇 번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국감 복귀 해프닝’으로 상당수 의원은 더 강경해졌다. 반면 이 대표까지 요청한 만큼 국감 복귀 주장도 더욱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투쟁심이 생긴다”며 “국감에 들어갈 사람은 내일부터 들어가라”고 핀잔조로 말했다. 그러자 권성동 의원은 “그런 식으로 비아냥거리지 말라”며 “(국감 복귀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못 들어가게 해야지”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야당 단독 참여에 새누리당 내분까지 겹쳐 ‘국감 파행’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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