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특파원 시절 유럽의 한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어렵게 약속을 잡아 처음 만나 악수를 하는데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인터뷰가 끝난 뒤 액자에 담긴 사진을 받으며 든 생각. ‘정치인이 사진 좋아하는 건 외국도 똑같구나.’ 한국에서도 대통령이 언론인을 초청한 간담회에 몇 번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행사 뒤에는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을 담은 액자를 받았다.
▷액자를 선물한 청와대 측에선 ‘대통령과 단둘이 사진을 찍었으니 가문의 영광’이란 취지일 게다. 그러나 받는 사람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굳이 이런 권위주의적 선물을 일률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나?’ 대통령 행사는 대개 식사를 겸하는데, 특급 호텔의 출장 서비스였다. 요즘 같으면 당연히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떠올렸을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통령이 공직자 등을 초청해서 식사를 내거나 선물을 줄 때는 상급 공무원인 대통령이 하급자에게 주는 것이므로 3만 원, 5만 원 조항에 제한받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언론인도 ‘공직자 등’에 포함되므로 ‘하급자’가 되는 셈. 그러나 법감정이란 묘한 것이어서 앞으로 1인당 3만 원 이상 식사를 하려면 합법이라도 이런저런 눈치를 살피게 되지 않을까. 청와대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당선 축하 식사 때처럼 ‘바닷가재와 송로버섯, 샤크스핀을 대접했다’는 얘긴 못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2016 지역희망박람회’에 참석해 지역 특산품 등 9개의 선물을 받았다. 대통령에게 선물하는 것 자체가 홍보효과가 있는 만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청와대에선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공식행사에서 제공하는 금품은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설명은 틀렸다. 공식행사 금품은 일률적으로 제공해야지, 특정인에게만 하면 김영란법에 걸린다. 국민권익위에 물어보니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받는 건 직무관련성이 없어서 괜찮다”고 한다. 대통령이 받은 선물에 대한 해석마저 청와대 다르고, 권익위 다르니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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