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어제 일주일 만에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당은 4일부터 국정감사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어제 오후 의원들의 국감 복귀를 전제로 단식 중단 의사를 밝혔으며 의원들은 국감 복귀에 합의했다.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나라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국회가 걱정을 끼쳐 드린 데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뒤늦게나마 국회가 정상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국회의 행정부 견제 역할을 수행하는 국감이 일주일씩이나 파행된 것은 집권여당과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트집 잡아 장관 해임안까지 처리한 것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의 거야(巨野) 힘자랑이었다. 그렇다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거부했으므로 국감을 보이콧할 하등의 명분이 없었다. 이 대표가 ‘정세균 의장 사퇴 때까지’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내걸고 단식에 돌입한 것은 의구심을 자아냈고 여론의 공감도 얻지 못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감 복귀 이유에 대해 ‘더 이상 정 의장을 상대로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일주일이나 국정을 표류시켜야 했는가. 단식 중단을 권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나는 죽을 것’이라고 했다는 이 대표가 애당초 왜 단식을 시작했고, 왜 이 시점에서 끝냈는지도 모르겠다. 어제 이 대표를 거듭 찾아 단식을 만류한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이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이 국감을 거부하는 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로 예상된 미르·K스포츠 재단을 해산하고 새로운 문화체육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당의 보이콧과 이 대표의 단식이 국감 초기 최순실과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예봉을 피하고 ‘재단 세탁’을 위한 시간 벌기용이라는 야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오늘 외유(外遊)를 떠나는 정 의장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의 수장으로서 먼저 이 대표를 찾아가 단식 중단을 권유하며 유감 표명을 했다면 대권욕 때문에 국회를 제물로 삼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이다. 시중에는 ‘싸울 땐 싸우더라도 막후 협상으로 문제를 풀었던 3김 시절이 그립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협치(協治)’를 요구했던 4·13총선 민의를 ‘대치(對峙)’로 배신한 정치권 탓에 ‘이럴 거면 개헌으로 판을 뒤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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