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류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 여러분에게 진실을 알리겠다”며 “(북한 군인과 주민들은)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정부와 국제사회는 대북 경제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및 확장 억제 등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 정권의 부도덕성을 부각하고 북한 주민은 분리 대응하는 고강도 심리전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늦게 오는 자는 역사가 처벌할 것”
박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 날 기념사 및 경축연 발언에서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다 못한 북한 주민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엘리트층마저 연이어 탈북을 하고 있으며, 군인의 탈영과 약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 김정은 정권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 국민을 핵 인질로 삼아 각종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법으로 한미 동맹의 확장 억제 능력과 함께 킬체인(도발 원점 선제 타격 체계),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 등 독자 대응 능력 강화를 제시했다.
북한 군인과 주민을 향해선 “여러분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북한 정권에 대해선 “늦게 오는 자는 역사가 처벌할 것”이라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변화를 촉구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정권이 민생을 도외시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려 북한 정권에 심리적 압박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정치권과 국민을 향해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핵 도발보다 더 무서운 것”, “이념과 정파의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에 하나가 돼 달라”라고 재차 당부했다.
그러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붕괴와 귀순을 직접 거론하시면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선전포고 아닌가”라며 “차라리 이런 강경한 메시지보다는 수해 지역에 쌀을 보내겠다는 기념사가 북한과 세계를 감동시켰을 것만 같다”고 주장했다.
○ “우발 상황 대비”… 주목받는 ‘작계 5029’
박 대통령이 이날 “북한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 상황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작전계획(OPLAN) 5029’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엘리트층의 잇따른 탈북과 북한군 귀순 등 북한 내부의 동요가 심상치 않고, 향후 초강경 대북 제재로 김정은 체제의 균열이 가속될 경우 예측 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과 군인에게 사실상 탈북을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수립한 작계 5029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유출 △군사정변(쿠데타)에 의한 정권 교체 및 내전 상황 △대규모 탈북 사태 △북한 내 한국인 인질 사태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 등을 가정한 군사 대비책이다. 한미 군 당국은 노무현 정부 때 작계 5029를 마련하려다 한국 정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수립이 완료됐다.
급변사태 유형에 따라 주변국과의 외교 협력과 군사력 투입 여부, 투입 시기 및 규모 결정, 핵·미사일 등 WMD 확보 작전, 무장 세력의 무장 해제, 긴급 구호 작전, 난민 수용 방안, 안정화 작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미 군 당국은 작계 5029를 점검하면서 외교·군사적 조치 운용에 대한 세부 계획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의 핵 집착과 공포통치가 계속될수록 북한 내부에서 불안정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한미 군 당국이 관련 대책을 심도 깊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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