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대표부 찾은 野 ‘반기문 성토대회’

[국감 정상화 첫날]외통위-안행위 국감 ‘대권주자 견제의 장’ 변질
“퇴임 후 출마 계획 부끄러운 일… 정무직 제한 유엔결의 무시하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총장 퇴임 후 정무직 진출을 제한한 유엔 총회 결의를 무시하면서까지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건 부끄럽고 부적절한 일이다.”

　3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는 마치 야당 의원들의 ‘반 총장 대선 출마 저지 대회’를 보는 듯했다.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 사태 여파로 이날 국감엔 더불어민주당의 심재권(미주반 반장), 원혜영, 설훈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만 참석했다.

　포문은 설 의원이 열었다. 그는 1946년 제1차 유엔 총회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 직후 특정 회원국의 정무직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의안이 채택된 사실을 거론하며 “반 총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면 이 결의를 어기는 것이고 이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지적과 비난이 거세게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도 “반 총장은 현재 (유엔에) 재직하면서 (한국 대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계획은 부끄럽고 부적절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더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 직후 진행된 뉴욕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반 총장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설 의원은 “반 총장이 어떻게 총장이 됐는지는 천하가 다 알지 않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켜준 것 아닌가. 그러면 올해 (5월) 한국 왔을 때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해야지, (경북) 안동까지 간 사람이 참배를 안 하나. 기본이 모자라거나, 정치 감각이 떨어진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원 의원이 “당시 반 총장이 ‘공개하지 말라’고 하고 밤에 몰래 참배하고 갔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설 의원은 “왜 그런 걸 비공개로 하나. 그랬다면 정말 정치 초짜다. 완전 초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 총장 측은 이에 대한 기자의 확인 요청에 “사실무근이다. 반 총장이 왜 밤늦게 몰래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나. 소설 같은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반 총장이 퇴임한 뒤 전직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를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충북 충주가 지역구인 이종배 의원이 조만간 대표 발의할 예정인 ‘전직 국제기구 대표 예우에 관한 법률안’에는 반 총장 등 전직 국제기구 대표가 별정직 공무원 신분의 비서관과 운전사 각 1명, 경호 및 경비,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송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