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순직 헬기 장병들의 爲國 헌신과 유족의 눈물겨운 절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8일 00시 00분


 지난달 26일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벌이다 추락 사고로 숨진 링스헬기 조종사 김경민 소령, 부조종사 박유신 소령, 조작사 황성철 상사의 해군장이 2일 엄수됐다. 김혁수 예비역 준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조문 후기에서 “유족들 중 그 누구도 소리 내어 울거나 해군에 떼를 쓰지 않았다.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가 원인 규명 전까지 영결식을 거부하자고 제의했으나 유가족들은 거절했다”고 전했다. 김 소령의 아버지는 “아들을 수장시키지 않고 1000m 수심에서 찾아준 해군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한 유가족들이 이렇게 슬픔을 절제하는 모습은 숙연한 감동을 자아낸다.

 유가족들은 1인당 3억2000만 원 정도의 정부 보상금 중 일부를 해군 순직 유자녀들을 위한 ‘바다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이목을 끄는 사망 사고가 나면 일부 유가족과 단체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며 생떼를 쓰는 세태와는 대비된다.

 그러나 순직 장병들의 위국(爲國)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하려면 사고 원인 규명은 철저히 해야 한다. 김 소령의 아버지는 “(헬기를 운용한) 류성룡함 총책임자를 보는 순간 울컥함이 있었지만 거기 있는 군인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라면서도 “링스헬기의 볼트에 문제가 있었다는 보도를 들은 뒤엔 인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어제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사고 원인이 불량 볼트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고 원인이) 볼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답변했다.

 사고기는 1999년에 도입했고 수명이 30년 이상이어서 노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링스헬기는 1993년과 2010년 두 차례 추락 사고로 17명이 숨졌고 2010년엔 서해에 불시착한 적도 있는 만큼 기체 결함, 정비 불량 등 모든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만일 고질적 방위사업 비리 때문에 억울한 희생자가 생긴 것이라면 책임자들을 의법 처리해야 한다.

 최근 잇단 지진, 태풍과 안보 위기로 군인 소방관 경찰 등 제복을 입은 공무원(MIU)들이 순직하거나 부상하는 사태가 빈번하다. 온갖 내우외환(內憂外患)에도 대한민국이 침몰하지 않는 것은 이들의 희생 덕분이다.
#한미 연합훈련#링스헬기 조종사#김경민 소령#박유신 소령#황성철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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