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는 의무 다한 아들… 떼쓴다고 살아 돌아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링스헬기 순직’ 故김경민 소령 부친 김재호 목사, SNS 추모글 김혁수 前제독과 대담

《 “국민이 장병들에게 작은 사랑이라도 보여 줬으면 좋겠다.”(김혁수 전 제독·예비역 준장) “군인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국민이 알도록 해 달라.”(고 김경민 소령의 부친 김재호 목사) 지난달 26일 한미 연합 해상작전 도중 링스 헬기 추락 사고로 김경민 소령과 박유신 소령, 황성철 상사가 순직했다. 이들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김 전 제독은 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동아일보는 11일 김 전 제독과 김 목사의 대담 인터뷰를 했다. 순직 장병들의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김 목사는 자신을 위로하는 김 전 제독에게 “아들이 군에 입대한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라를 지키는 게 의무였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 전 제독은 “희생 장병들의 헌신이 제복 입은 공무원(MIU)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순직 장병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우리 시대의 진정한 소리 없는 영웅들”이라고 말했다. 대담 인터뷰는 동아일보사에서 2시간 동안 진행했다. 》

두 손 꼭 맞잡고… 지난달 26일 해군 링스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김경민 소령의 부친 김재호 
목사(왼쪽)와 순직자들을 추모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된 김혁수 전 제독이 1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동아일보와의 대담에서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두 손 꼭 맞잡고… 지난달 26일 해군 링스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김경민 소령의 부친 김재호 목사(왼쪽)와 순직자들을 추모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된 김혁수 전 제독이 1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동아일보와의 대담에서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조문을 다녀와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이유는 무엇인가.


 ▽김 전 제독(이하 제독)=조문을 가서 목사님을 위로해 드려야 하는데, (목사님이) 계속 “감사하다”고 하더라.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 울었다. 그런 마음을 담아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놀라웠다.

 ―부친께서는 무엇이 그렇게 고마웠나.

 ▽김 목사(이하 부친)=사고 현장에 가 보니 수심이 1000m가 넘는다고 했다. 여기서 시신을 찾는다는 건 모래알 속에서 밥알 하나 찾는 것보다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수장(水葬)시킬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시신을 찾아 준 게 너무 감사했다. 경민이는 안전띠를 맨 상태로 조종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헬기 고도를 올려 보려고, 책임을 완수하려고 노력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들을 잃고도 시신을 찾아 줘 감사하다고 말한다는 게 놀랍고 더 마음이 아프다.


 ▽부친=왜 아프지 않겠나. 하지만 장례식 내내 해군 동료들이 와서 고생했다. 만약 다른 장병이 사고를 당했다면 우리 경민이도 여기 와서 수발을 들 것 아니냐. (부친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뒤에) 그러니 고마울 수밖에 없지 않나. 우리가 떼쓰면 높은 사람들은 우리를 피하면 그만이다. 그럼 누가 괴롭겠나. 결국 내 아들 같은 동료들이 괴로움을 당하는 거다.

 ―부친께서 사고 현장에 갔다가 금방 돌아왔다고 들었다.


 ▽부친=사고 현장에서 울고불고해 봐야 살아오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가 함대(서애류성룡함)에 있으면 장병들이 우리 수발을 들어야 하니 시신 수색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독=오늘 처음 듣는 얘기다. 수색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돌아온 것이나 다른 장병이 사고를 당했다면 내 아들도 똑같이 밤을 새웠을 거란 생각에 오히려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셨다니 숙연해진다.

 김 전 제독은 “해군 헬기 조종사가 전투기 조종사보다 훨씬 힘들다”며 작전 환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제독=해군 헬기 조종사들의 함상(艦上) 작전 일수는 1년에 150여 일이나 된다. 바다에선 주간에도 수평선이 안 보이는 날이 65% 이상이다. 수평선이 안 보인다는 건 바다와 하늘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대잠(對潛) 작전은 최저 고도 30m 해상에서 진행된다. 더욱이 헬기 안은 한겨울에도 난방이 안 된다. 그런데도 야간작전을 하고 나면 긴장을 해 비행복이 땀에 다 젖을 정도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칠흑 같은 밤에 작전을 하다가 희생됐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김 전 제독은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부친=헬기 조종이 더 힘들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만약 이 얘기를 진작 들었다면 아들을 제대시켰을지도 모르는데….

 ―부친께선 보상금 중 일부를 장학금으로 내놓겠다고 하셨다.


 ▽부친=해군에 순직 장병의 유자녀를 위한 ‘바다사랑 장학재단’이 있는데, 장학기금이 목표치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하더라. 미혼인 경민이는 자녀가 없지만 장학기금 마련에 조금이라도 보태기로 세 가족이 약속했다.

 ―제독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사망자와 시위 현장에서 죽은 백남기(농민)에겐 정치권과 수많은 단체가 찾아가지만 나라를 지키다 순직한 군인들에겐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친=우리 애들은 몸을 바쳐 국가를 지켰다. 이제 국가가 그 아이들을 지켜 줘야 한다. 장례식장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고인에게 빚을 졌다”며 온 시민이 두 분 있었다.

 ▽제독=할리우드 여배우인 에이미 애덤스는 비행기에서 군인을 보고 자기 1등석을 내줬다고 한다.(당시 애덤스는 “내가 주목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군인들이 주목받게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제가 올린 글에 공감하는 차원을 넘어 MIU에게 작은 사랑이라도 보여 줬으면 좋겠다.

 ―이 시대의 MIU로, MIU의 가족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제독=사관생도 시절 읽은 책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군인은 전쟁을 하는 자가 아니라 평화를 지키는 자다. 군인은 죽이는 자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죽는 자다.’ 이게 군인의 사생관이다. 김 소령 등 순직 장병들은 평화를 위해 죽은 것이다. 이런 군인에 대해 국가와 국민은 끝까지 보살펴야 한다.

 ▽부친=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전쟁은 위정자들이 일으키지만 희생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전쟁을 막으려면 상대가 우리를 넘보지 못하게 힘을 가져야 한다. 이 땅에 태어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국가가 없으면 나도 없다.

 해군중앙교회 장로인 김 전 제독은 김 목사를 자신의 교회로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설교도 듣고 위로도 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목사는 “시간도 조정해야 하고…”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목사는 아들의 순직 이후 “교회 이름을 알려 달라는 분이 많은데 밝히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자신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의 또 다른 아들들인 ‘대한민국 MIU’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는 듯이 보였다.

이재명 egija@donga.com·한상준 기자

#링스헬기#순직#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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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6-10-12 03:42:24

    모든 역사는 희생의 결과이다 수많은 무명 용사와 영웅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다 그렇다고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애국적 희생이 헛되이 산화되지 않으려면 고마움과 존경, 그리고 경외심을 갖추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영웅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 2016-10-12 05:43:09

    시위 현장에서 죽은 백남기가 아닌 치료거부로 죽은 백남기 라고해야 합니다, 물대포로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족에 치료거부 세뇌 선동한 배후가 야당 아니고 누구겠습니까? 국감에서 백남기 사망에만 관심 있고 링스헬기 순직 장병에 전혀 관심없는 믿어슨ㄴ 안되는 야당

  • 2016-10-12 05:38:21

    사고을 당하긴 김소령을 본적은 없으나 그아버지의 말씀에 몰랐어도 어떤분이 었을것이다 상상이 돼네요.....그런 아버지가 있어서......국민의 한사람으로 고개숙여 애도함니다...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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