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쪽지예산’ 청탁금지법 규제한다는데… 의원들 “공문 폭탄이라도 보내야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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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예산 따내기 묘수 골몰

 2014년 12월 예산 국회가 한창일 때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과 멱살잡이 직전까지 갔다.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반영을 요청하려 했지만 해당 공무원이 계속 면담을 피하자 “왜 만나 주지도 않느냐”며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라 이른바 ‘쪽지 예산’을 부정 청탁으로 간주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쪽지 예산’은 예산 심사 막바지에 의원들이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을 끼워 넣는 행태를 의미한다. 기재부는 ‘쪽지 예산’에 대해 “예산 관련 모든 요구는 상임위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공식 절차를 생략하고 의원이 개별적으로 기재부 예산실에 예산 신설이나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부정 행위라는 것이다.

 지역구 예산을 따내야 하는 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야당 의원은 “지역구 민원 예산은 국토교통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관련된 게 많은데 해당 상임위가 아닌 의원은 기재부 예산실에 매달릴 수도 없어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다만 정식 공문을 통한 요청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어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공문 폭탄’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예산안 증액을 최종적으로 다루는 예결위 내 예산안조정소위 입성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소위는 지역구 예산을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어 ‘꽃 보직’으로 통한다.

 예결위 관계자는 “지난해 예산 국회 당시 ‘인간 쪽지’가 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당시 여야는 예산소위 인원을 늘리고, 매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사임·보임하는 ‘인간 쪽지’까지 등장시켰다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의원들 사이에선 “청탁금지법으로 기재부의 영향력만 더 커지게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예산 편성권을 쥔 기재부가 알아서 할 테니 의원들은 관여하지 말라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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