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 늪’에 빠져 연일 공방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의혹 실체 못밝힌채 쳇바퀴 국감

경제부총리 바라보는 전경련 부회장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오른쪽)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왼쪽)이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경제부총리 바라보는 전경련 부회장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오른쪽)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왼쪽)이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미르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로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774억 원을 출연한 것과 관련해 대체 누가 제안했고, 기획했으며, 주도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지만 국감 기간 밝혀진 건 거의 없다. 오히려 미르 공방 때문에 제대로 국감이 진행되지 못하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

 두 재단의 의혹 공방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기금 모금을 주도하고, 논란이 커지자 재단 해산 및 통합 재단 설립을 선언한 전경련의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한동안 거의 모든 질문에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부회장 방어에 나선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박명재 의원은 “재단 설립을 누가 주도했느냐”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감에 출석해선 “두 재단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박 의원도 이런 답변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조사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입을 닫았다.

 그러자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전경련이 문화 진흥을 위해 이렇게 많은 기부금을 낸 적이 있느냐. 전경련의 행태는 정권 앞잡이 노릇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왜 국회가 전경련 부회장에게 저렇게 오만한 답변을 듣고 있어야 하느냐. 정부가 나서서 전경련 해체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여당 의원들까지 들끓자 이 부회장은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부회장을 향해 “부패 권력의 상징”(박영선 의원) “후안무치하고 비겁한 발언”(이재정 원내대변인)이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재단은 신(神)이 내린 재단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보호하려는 그 신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도록 다른 야당과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기금 자체의 운용보다는 기금 모금 과정과 재단 설립의 경위다. 기금 모금 과정은 불투명하고, 이례적으로 인가는 설립 신청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두 재단의 회의록도 똑같았다. 게다가 허위로 작성된 대목도 적지 않았다. K스포츠 재단 전 이사장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단골 마사지센터 원장으로 드러났다. 신생 재단인데도 박근혜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고, 국가적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관련 인사들의 증인 출석을 철통같이 막아 의혹을 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재단 설립에 직접 개입했는지, 최 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의 배후인지 등 ‘권력형 비리’로 규정할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CF 감독 차은택 씨(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도 불거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기재위 국감에서 야당은 “대기업들이 (야당이 추진하는) 법인세 인상을 막으려고 두 재단에 기부한 것 아니냐” 등 변죽만 울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국감의 대미를 장식할 21일 청와대 국감에는 두 재단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출석한다. 두 재단 설립 의혹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혈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미르 재단#국감#검찰#경제부총리#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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