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수요 직접 규제’ 칼 빼든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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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론 사실상 중단…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도 검토

  ‘8·25 가계부채 대책’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청약 과열이 심화되자 정부가 칼을 꺼내들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가계대출에 이어 정책성 주택담보대출까지 우회적인 방식을 통한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급 조절에서 수요 억제로 바꿀 수도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며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 정책 자금도 ‘대출 옥죄기’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라고 압박하며 사실상의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시중은행들은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중도금 대출과 신용 대출도 심사를 까다롭게 하거나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내 집 마련 도우미’로 불리는 보금자리론으로 수요가 쏠리자 정부가 대출 옥죄기 대상을 보금자리론까지 확대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보금자리론은 모두 9조4190억 원이 대출됐다. 특히 8월 한 달간 대출금은 상반기 월평균 실적(8984억 원)보다 138% 급증한 2조1415억 원에 이른다.

 보금자리론 대출까지 강화되면서 새 아파트 청약 등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려던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4분기(10∼12월)에 분양을 앞둔 아파트는 17만6000채를 웃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현재 수도권의 평균 주택 가격은 3억8004만 원으로, 수도권의 상당수 실수요자가 ‘집값 3억 원 이하’라는 규정 때문에 연말까지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3억 원 이하 주택을 구매하는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서민을 대상으로는 연말까지 계속 보금자리론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공급 조절→수요 억제 방향 바뀌나

 국토부도 직접적인 수요 규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16일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국지적 과열이 계속되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 단계적 선별적으로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토부는 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급락과 미입주 사태 등 급격한 주택시장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공급 관리에 초점을 맞춰 왔다.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 수요 관리 방안은 자칫 주택 시장의 급랭을 가져올 수 있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 시장에서 택지 공급 조절을 공급 감축으로 받아들이면서 집값이 뛰기 시작하자 방향을 바꿨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이달 들어 3.3m²당 평균 4000만 원을 넘어서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게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국토부는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 시장이 과열된 지역에 한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민간택지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2014년 6월 이전처럼 1년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토부는 또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재당첨 제한을 부활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투기과열지구 부활 등 강력한 대책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체적인 주택 시장은 안정적이지만 국지적인 과열로 착시현상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열 지역만 맞춤형으로 미세 조정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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