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파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첫 공식 반응은 ‘노무현 정부에게서 배워라’라는 페이스북 글이었다.
16일 현재 직접 해명 언급을 않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이 글에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라며 “대북송금 특검,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이 있을 때 항상 내부에서 찬반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언제나 토론을 모두 경청한 후 최종 결단을 내렸다. 대통령이 혼자 결정하는 법이 없었다”며 “대통령은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의 의견에 따라 2007년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의 기권을 결정했다”고 썼다.
2007년 유엔 표결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외교부의 송 전 장관은 외교정책의 일관성과 인권 문제의 보편성을 들어 ‘찬성’을 주장했다.
이에 남북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좋은’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북한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반(反)송민순’ 연합 전선을 펼쳤다. 이 노선 싸움에서 노 전 대통령은 ‘다수결’대로 기권파의 손을 들어준 셈인데, 이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부처 간, 참모 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대통령이 이런 참모들의 엇갈리는 의견을 토론에 부치는 건 매우 중요한 덕목일 수도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대통령이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조언할 참모들이 곁에 있느냐다. 가시적인 성과에 목을 맨 참모들의 다수결이 올바른 해법이 될 순 없기 때문이다. 송 전 장관이 대선을 1년여 앞둔 미묘한 시점에 당시 ‘외로운 싸움’과 관련된 비사(秘史)를 공개한 것도 같은 이유 아닐까.
박근혜 정부도 결국 대통령에게 제대로 할 말을 하는 참모들이 주변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어쩌면 내년 대선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해당 대선 주자가 어떤 참모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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