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1> 9분 능선 넘은 北 핵개발
국내외 전문가 25명 분석
《 북한 핵개발이 9분 능선을 넘었다는 우려 속에 미국 정치권과 한국 국방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명백할 때’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현재의 대북 압박책으로는 북한에 핵을 포기시킬 수 없다는 회의론도 팽배하다. 정치권에서는 상호 비방만 할 뿐, 손에 잡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내년 대선과 연계해 6, 7차 핵실험과 함께 핵무기 완성을 선언할 경우 이런 혼란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북한은 어디에 와 있는지, 우리가 취할 대응책은 어떤 것인지를 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
북한이 내년 말까지 최소 2차례의 핵실험을 더 실시할 것이라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완성 단계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9일 5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탄두 폭발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추가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정밀화를 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중국에도 핵실험 직전에 통보하거나 침묵함으로써 보안을 중시했던 북한이 6, 7차 핵실험 계획을 공언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제재·압박으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아니다’, ‘거의 아니다’라고 답했다.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을 뺀 국내 응답자 전원이, 해외 전문가도 주펑(朱鋒) 중국 난징대 교수만 빼고 모두 ‘아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이는 북한이 ‘역대 가장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을 예고한 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북핵 저지가 실패한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강했다’(14건), ‘국제사회가 북한 의지·능력을 과소평가했다’(12건), ‘국제사회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12건)라는 지적이 많았다.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서는 국내 전문가들이 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능력이 완성됐느냐는 질문에 사실상 전원 ‘그렇다’, ‘거의 그렇다’라고 답했다(손병권 중앙대 교수는 ‘모르겠다’라고 답변). 래리 닉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국석좌,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등 3명이 ‘그렇다’라고 답했고 ‘거의 그렇다’ 2명, ‘보통이다’ 6명이었다. 4명은 ‘아니다’ 쪽을 택했다.
하지만 ‘북핵 해결을 위해 대화가 더 필요하냐’라는 물음에는 ‘보통이다’(1∼5 척도에서 국내 3.1, 해외 2.8)라는 답변으로 의견이 수렴했다. ‘압박이냐, 대화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지금과 다른 창의적인 복합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핵개발에도 불구하고 대북 홍수 피해 지원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중도(국내 2.8, 해외 2.7)로 수렴된 점으로도 뒷받침된다. ‘북한을 이성적인(rational) 국가로 보느냐’라는 물음에는 국내(2.8)보다 해외(2.1)에서 좀 더 ‘그렇다’는 대답이 많았다.
고위급 엘리트의 연쇄 탈북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스스로 붕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웠다. 국내 응답자 10명 중 6명, 해외 전문가 15명 중 7명은 ‘아니다’ 쪽을 택했다.
붕괴 시기에 대해서도 ‘5년 이내’라는 답변은 국내외를 통틀어 2명밖에 없었고 ‘10년 이내’(3명), ‘15년 이내’(4명), ‘15년 이후’(6명)라는 답변으로 당분간 생존을 이어 갈 것으로 봤다. 앞으로도 지속될 북한 정권의 핵 놀음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특단의 대응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핵 해결의 열쇠를 쥔 나라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중국(7명) 한국(2명) 미국(1명) 순으로 답했지만 해외 전문가는 미국(10명) 중국(8명) 한국(1명) 순으로 차이를 보였다.
:: 설문에 응한 국내외 전문가 명단 ::
한국(10명·가나다순): 김근식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남성욱 고려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손병권 중앙대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위성락 서울대 교수,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광일 전 국방부 정책실장
미국(5명): 래리 닉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국석좌,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일본(5명):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 오가와 가즈히사(小川和久) 시즈오카 현립대 특임교수,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 전 유엔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위원,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중국(2명): 주펑(朱鋒) 중국 난징(南京)대 교수, 익명의 중국 공산당 관계자
유럽(3명): 올리비에 기야르 국제전략관계연구소(IRIS) 아시아 디렉터, 바르텔레미 쿠르몽 IRIS 아시아 시니어 디렉터, 프랑수아 고드망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 아시아문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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