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2>갈수록 거세질 北 핵 공갈-도발
위험 수위 ‘북핵 리스크’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은 이제 한국 경제에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발이 상습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미미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개방경제라는 한국의 특성상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에 따라 언제라도 북한 리스크가 ‘치명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터지면 한국 경제에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209억 달러(약 23조8573억 원)에 달했다. 이런 경제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당장이라도 빠져나갈 빌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 ○ 북한 리스크에도 금융시장은 차분
최근 잇따른 북한 핵실험에도 국내 금융시장 반응은 과거에 비해 비교적 차분하다. 북한이 1차 핵실험에 나선 2006년 10월 9일 코스피는 32.6포인트(2.41%) 하락했지만, 2∼4차 핵실험 때의 하락폭은 10포인트를 밑돈다. 올해 9월 9일 5차 핵실험 당시에는 코스피가 25.68포인트(1.25%) 내려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컸지만 여기에는 전날 발표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동결과 갤럭시 노트7 전량 리콜에 따른 삼성전자 주가 약세의 영향이 더 큰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올 1월 6일에도 코스피는 5.10포인트(0.26%) 떨어지는 데 그쳤다. 주가가 이슈 발생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올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북한의 핵실험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2000년 이후 20차례 위기 때 나타난 금융시장 반응을 분석했을 때도 2006년 1차 핵실험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편주현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비슷한 패턴의 북한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학습효과에 따라 금융시장의 반응이 둔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언제라도 터질 ‘악재 폭탄’ 대비해야”
거듭되는 북한발 악재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 경제팀의 대응도 과거의 대책에서 진전되지 않고 있다. 5차 핵실험이 발발한 지난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갖고 상황 변화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24시간 모니터링’ 외에 이렇다 할 새로운 대응책은 없었다.
정부는 대외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차분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높은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나라에 큰일이 난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대내외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재부는 최근 북핵 핵실험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단기적 영향력이 미미한 북핵 리스크 관리보다 꺼져가는 경기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 리스크가 지금보다 확대될 경우 두고두고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고질병’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반복된 위기로 민감도는 약해졌으나 예기치 못한 도발에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부정적 평가를 내놓을 경우 당장 국가신용등급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공기관 및 금융사들의 채권금리가 오르고 이로 인해 달러 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도 크다. 가뜩이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에 머문 상황에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지표인 잠재성장률 악화도 우려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과거 북한 이슈의 부정적 효과는 일시적 수준에 그쳤지만 국제경제가 불안해질수록 주요 경제 주체들이 작은 리스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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