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원들 갑질 뺨치는 ‘모르쇠’ 국감 증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03시 00분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의원들의 질타와 한숨이 이어졌다. 이날 출석한 증인 대부분이 “모르겠다”란 말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김덕남 대한민국상이군경회장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자 “억울하다. 20번 넘게 진정을 낸 사람들이 이제 박 의원 보좌관을 매수해 (나를) 죽인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진복 정무위원장이 “증거가 있느냐”고 확인하자 그제야 “언행이 적절치 못했다”고 물러섰다. 또 이 위원장은 점주들을 상대로 ‘갑(甲)질’ 지적을 받고 있는 한 스크린골프 업체 대표가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자 “이 순간만 벗어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20대 국회 첫 국감이 ‘F학점’을 받은 가운데 의원들의 정치 공방과 준비 부족, ‘갑질’ 못지않게 증인들의 ‘배 째라식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동아일보가 바른사회시민회의와 13개 상임위의 국감 첫날 현황을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을 통해 전수 분석한 결과 부적절, 부실 답변이 77건으로 집계됐다. ‘문제 답변’은 ‘불량 상임위’로 꼽히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산업통상자원위가 각각 17회로 가장 많았다. 교문위 소속 한 의원은 “미르재단 공방만 벌인 의원들도 문제지만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한 증인들도 ‘국감 무용론’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6일 환경노동위 국감에선 의원들이 고용노동부 관계자에게 “삼성의 하청 기관이냐”고 질타했다.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사고 안전점검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고용부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그대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질문에 무조건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라며 짧은 답변으로 일관한 ‘소나기 회피형’ 증인도 적지 않았다. 10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감에서 더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지역 방송사의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1분여간 지적한 뒤 대책을 묻자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예,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하고 입을 닫았다.

 한편 17일 법제사법위의 법무부 국감에서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논란이 됐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회고록에 등장하는 인물(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은 차기 대권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분인데, 효율적인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서라도 검찰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총동원해서 논란의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은 “시민단체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문 전 대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을 고발했다고 하는데 (법무부는) 어떻게 처리하겠느냐”고 물었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신속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법무부 국감에서 도대체 왜 이 논란이 나오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김준일 기자
#국감#증인#모르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