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당시 정부가 북한 의견을 물어 기권했다는 송민순 회고록 진실 공방이 어제도 지루하게 이어졌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어제 “사실에 자신 없는 사람이, 삼십 몇 년 공직에 있었던 사람이 소설을 썼겠습니까”라고 회고록이 진실임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대북 결재’ 논란의 중심에 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나, 문재인이 가장 앞서가니까 두려워서 일어나는 일 아니겠느냐”며 국내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인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선거 전술로 치부했다.
문 전 대표가 논란의 핵심인 ‘사전에 북한 의견을 물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은 지난 주말 측근들과의 대책회의 결론이라고 한다. ‘북한 의견을 물어본 것이 아니라 기권 결정을 북에 통보한 것’이라고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손에 얼룩을 묻히지 않으려는 뜻이겠지만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의 안보관과 직결된 질문에 직접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회고록을 통해 인권결의안뿐만 아니라 10월 남북정상회담(2∼4일)도 외교라인을 배제한 채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에 의해 진행됐다는 게 드러났다. 그 정상회담에서 나온 것이 남북 합의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10·4선언이다.
특히 핵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기 위해 천영우 당시 6자회담 대표가 정상회담에 동행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대통령비서실장(문재인)이 묵살했다는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대통령부터 ‘북한 핵과 미사일은 자위 수단’이라며 핵 문제를 도외시한 채 ‘대북 퍼주기’에 앞장선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은 맨 처음 핵실험을 했고, 성공시켰다. 문 전 대표가 당시 핵 문제를 방기(放棄)하는 데 앞장섰다면 작금의 북핵·미사일 위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10·4선언은 북한 주장을 빼다 박은 ‘평화체제 구축’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 숱한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0·4선언에 따라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NLL 남쪽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려던 북측을 김장수 장관이 저지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더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 강령의 전문(前文)에서 서해평화지대를 삭제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10·4선언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는 만큼 당 강령에 서해평화지대를 다시 살리는 데 간여했는지, 집권할 경우 남북관계를 10·4선언대로 끌고 갈 것인지를 언명(言明)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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