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병우 민정수석 국감 못 나오겠으면 사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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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관 증인으로 채택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 문제가 재점화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관행’이라는 이유로 우 수석의 출석에 반대하지만 운영위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은 동행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우 수석을 불러낼 태세다. 우 수석 관련 의혹도 가족회사 ‘정강’을 통한 횡령·배임 등 현재 검찰 수사 중인 개인 비리 혐의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 수사 등 정권 차원의 문제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청와대로선 우 수석을 제 발로 출석시키느냐, 동행명령을 받아 출석당하게 하느냐, 아니면 아예 출석하지 못하도록 해임하느냐의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두 달 전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을 때 우 수석은 사퇴했어야 옳다.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그 자리에 있으면서 수사를 받는 전례는 없었다. 실제로 우 수석은 자신의 수사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는 사실이 17일 법무부 국감에서 드러났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대검에서 (청와대에) 사후적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수사를 받는 사람이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 ‘셀프 수사’는 절차의 정당성에서 어긋난다. 우 수석에게 ‘직접 보고’는 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쥔 실세 민정수석을 검찰이 수사했는데 어느 국민이 수사 결과를 신뢰하겠는가. 애초에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없었으니 이달 중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으로 수사가 끝난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특별감찰관 제도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민정수석실은 공직인사 검증과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관리가 주무다. 우 수석은 ‘주식 대박’ 진경준 전 검사장의 인사 검증에 실패한 것만으로도 문책을 당해야 마땅했다. 우 수석이 대통령 최측근이자 비선(秘線) 실세라는 최순실 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관련 의혹이 터진 책임도 무겁다. 피고발인만 80명 이상인 미르·K스포츠 재단 고발 사건이 부동산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된 점도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우 수석에게 쏠리는 시선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우 수석이 떳떳하다면 국회에 출석해 이 모든 의혹에 답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여의도 현실에서 우 수석의 출석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9월 30일 이 특별감찰관의 국감 출석 일주일 전에 돌연 사표를 수리한 것도 그의 입을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우 수석이 국감에 출석하기 어렵다면 스스로 물러나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낫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 문제를 정리함으로써 하루빨리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바란다.
#국감#박근혜#특별감찰관 제도#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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