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진실은 완전한 거짓보다 못하다’라는 말을 되뇌었다. 진실의 일부만 말하는 것은 오히려 진실과 거짓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가공되지 않은 기록과 기억을 찾으려 나름대로 노력했다.”
최근 파문을 일으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서문 중 일부다. 그런 송 전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언론을 매개로 한 설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8일 충북 진천, 괴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관련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한 기자가 “북한에 (유엔 인권결의안 관련 기권 의견을) 사전 통보했는지…”라고 묻는 도중 문 전 대표는 말을 끊으며 “오늘은 여기(충북혁신도시)에 국한해 주세요”라고 했다. 핵심 쟁점인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서 ‘문 전 대표가 남북 경로로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 보자’고 한 부분 역시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해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을 만난 자리에선 “정치를 하다 보면 맷집도 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들로부터 “기억이 부정확하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박과 비판을 듣고 있는 송 전 장관은 이날도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기(회고록) 있는 것, 다 사실이다. 다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책을 쓴 저자가 사실이라고 했고 공개적인 언론 (앞)에서 사실이라고 (내가) 했으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확실한 자세 없이 그런 말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송 전 장관은 500쪽이 넘는 자신의 책 일부분만 논란이 된 게 안타까운 듯 “회고라는 게 영어로 리트로스펙트(retrospect),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이고, 미래로 가는 길, 프로스펙트(prospect·전망)하기 위해 쓰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리트로스펙트만 갖고 이야기하고 싸움을 붙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미국 사람들은 (정부에서) 나오자마자 1∼2년 사이에 다 정리해서 내놓는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10년이 지났다”며 더민주당 일각의 ‘얼마나 됐다고 회고록이냐’란 비판을 반박했다.
다만 새누리당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내가 (대선에서) 가장 앞서 가니까 두려워서 일어나는 일 아니겠느냐”며 “군대도 제대로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 걸핏하면 종북(從北) 타령”이라고 비판했다. 송 전 장관도 “새누리당에서 이것을 무슨 과거를 캐는 폭로라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9년 동안 했던 (대북) 정책이 정말 실행 가능성이 있는 건지 스스로 뒤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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