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20일 미 워싱턴에서 제4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고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와 인근 해상 및 상공에 상시 순환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미 전략사령부가 지휘·통제하는 핵잠수함, 항공모함, B-52 장거리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B-1B 랜서 초음속 장거리 폭격기 등이 돌아가며 한반도 부근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다는 의미다. 이런 전략무기들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과 같아 강력한 대북(對北)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의 이번 합의는 유사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에 시간이 걸리는 데 따른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괌 기지에서 한반도로 전개된 B-1B 2대가 기상악화 때문에 하루 늦게 뜨면서 북이 날씨가 안 좋은 때를 골라 도발하면 미국의 신속한 군사 지원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의 5차 핵실험 이후 한국 정치권에서 제기된 핵무장론에 강한 제동을 건 측면도 있다.
이번 2+2 회의에서 한미가 차관급의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계획그룹(NPG)과 유사하게 한국도 미국과 핵 등 전략무기 운용에 관한 협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미국이 언제, 어떤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투입할 것인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한국과 협의한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간 한국의 의견 제시가 제약된 측면이 있었던 만큼 앞으론 제도화된 논의 틀을 통해 미 대선 후 차기 행정부에서도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은 올해 두 차례 핵 실험과 20여 발의 각종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력 증강에 광분하고 있다. 어제도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이번 한미 합의는 김정은의 비이성적 행동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열어 놓은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자산에 핵무기를 탑재하는지에 대해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김정은의 핵 도발은 자멸을 앞당길 뿐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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