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놓고 돈 따지는 트럼프… 클린턴은 실패한 처방 되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5>북한에 끌려다닌 국제사회의 향후 행보
차기 美대통령 인식 우려

“우리(미국)는 다른 나라들에 의해 바가지 쓰고(rip off) 있다.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들을 방어할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동맹 관계를) 재협상해야 한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에서 열린 마지막 3차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다시 들고 나왔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는 한국 등의 핵무장을 허용하겠다고 말한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클린턴은 “미국은 동맹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는 동맹을 찢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처럼 북한의 4, 5차 핵실험, 20여 차례에 걸린 미사일 발사 실험과 동시에 진행된 이번 미 대선전에서는 과거와 비교할 때 한반도 및 북핵 문제가 자주 언급됐다. 하지만 두 후보가 현실화된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의구심이 적지 않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벌이고 있는 최근의 핵 질주에 대해 이전 정책을 답습하거나 미국의 국가 이익 우선주의 또는 원칙론으로 대응하는 경향 때문이다.

○ 트럼프, 북핵 문제도 비즈니스식 접근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후 좌충우돌식으로 북핵과 한반도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대표적인 것이 ‘한일 자체 핵무장론’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거부 시 미군 철수 검토’ 등이다.

 트럼프는 한미동맹이 동아시아의 국제정세와 북핵 해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보다는 철저히 사업가적 관점에서 주장해왔다. 미국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면 한미동맹이든 뭐든 기존의 안보 프레임을 뒤엎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북핵 접근은 김정은에 대한 인식에서 엿볼 수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1월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김정은은 미치광이(maniac)”라고 주장하더니 5월에는 불쑥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현직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와 직접 대화한 사람은 없다. 그는 당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다. 만나서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클린턴, 오바마 북핵 대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1기 국무장관(2009∼2013년)을 지낸 클린턴은 외교 전문가로서 북핵 정책에 대해서는 트럼프보다 확실한 비교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클린턴 북핵 로드맵의 핵심은 공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을 통한 전면적 대북 압박이다. 하지만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은 20일 “이는 북핵 해결에 결과적으로 실패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8년간 추진해 온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지난달 26일 트럼프와의 1차 토론에서 “일본과 한국, 그리고 다른 동맹에 우리는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고 그것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축으로 미군의 압도적 군사력을 한반도에까지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확장억제’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확장억제와 중국 압박을 통한 대북 변화 유도를 언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방법론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 클린턴의 외교 핵심 브레인인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이 최근 방한해 “군사 경제 외교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해 북핵에 대응해야 한다”며 군사적 조치까지 포함한 전면적 대북 압박을 강조한 게 그나마 구체적인 편이다.

○ 중국 통한 해결 한목소리, 실행 방안은 없어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은 클린턴과 유일하게 의견이 일치하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북핵 문제를 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며 5차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을 감싸고도는 중국을 어떻게 압박할 것인지 구체적인 복안은 두 후보 모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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