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경석]정쟁 키운 국정원장 ‘모호한 답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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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 전제 “진실 담겨있다고 생각” 근거 제시안해 여야 공방만 불러
NCND 유지하든지, 팩트 공개해야

강경석·정치부
강경석·정치부
 국회 정보위원회의 19일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던 이유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의 변곡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병호 국정원장의 발언은 파장이 컸다. 이 원장은 회의 초반 “국정원은 정치의 ‘정’자에도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라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결과적으로 허언이 되고 말았다.

 이 원장은 회의 초반엔 회고록 내용이나 물증 확보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로 일관했다. 그러나 “회고록 내용이 맞느냐” “느낌이라도 있을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집요한 물음에 ‘사견’임을 전제로 “사실이나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여야의 해석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새누리당은 “공식 석상에 증인으로 나온 국가 정보기관 수장의 발언이 개인적일 수 있겠느냐”라며 유리한 방향으로 국면을 이끌어가려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간사의 사기 브리핑”이라며 이 원장의 발언을 새누리당이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이 원장 말대로 국정원이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면 그 어떤 질문에도 끝까지 “NCND”라는 답변 태도를 유지하든지, 아니면 정확하게 근거를 제시하고 회고록 내용의 시시비비를 가렸어야 했다. 만약 국정원이 아직까지 회고록 내용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때까지 답변을 유보했어야 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국감장에 나가면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전례를 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한다. 국정원 측은 “하루 종일 송민순 회고록 문제만 물어보는데 천하장사라도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질문에 대답을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이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그에 대처하는 것 또한 일국의 국정원장 몫이다. 이 원장 발언을 끄집어내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하는 여야도 문제지만 말이다.

 결국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는 건 ‘팩트’다. 이 원장은 팩트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있다면 늦지 않게 여야 합의 절차를 거쳐 공개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완벽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낫다.

강경석·정치부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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