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송민순 회고록’에 대해 “책을 쓴다는 것은 활자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며 “책에 나왔다는 것은 사실에 가깝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북한의 사전 결재를 받고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것으로 판단하는가”라는 새누리당 김정재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했다. 그러나 2007년 11월 당시 청와대 회의록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기록물 열람을 어디까지 할지는 관계 법규를 검토해봐야 한다”며 “현재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2007년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과 관련한 이병호 국정원장의 발언을 두고 브리핑 논란을 벌였던 여야의 힘겨루기는 21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여야 정보위원들은 이틀 전 국정원 국정감사 속기록을 열람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김만복 전 원장이 남북 경로를 통해 북(북측)에 확인해 보자 제의했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그렇게 하자 결론 낸 것 맞죠’라고 물었고 이 원장은 ‘네네. 회고록에 그렇게 기록돼 있어서 맞는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를 놓고 19일 여야 간사의 국정원 국감 브리핑에서 이 의원은 “‘김만복이 북(북측)에 의견을 묻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수용했다’는 데 대해 이 원장이 ‘맞다’고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 원장이 ‘맞다고 생각한다’ 등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었다”고 반박하면서 브리핑 진위 논란으로 번졌다. 여야가 국정원을 ‘송민순 회고록’ 정쟁에 끌어들인 데 이어 이 원장의 발언을 각각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한 셈이다.
이날 열람이 끝난 뒤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김병기 의원의 브리핑이 사실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정확한 워딩은 ‘맞는다고 본다’이다”라면서도 “다만 전체 속기록 맥락을 봤을 때 이완영 의원도 국정원장 답변을 맞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이해 바란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북한의 의견을 담은 쪽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묻는 질의에 대해 “10번을 물어도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였고 회고록은 기록에 의해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완영 의원의 정보위 간사 사임 요구와 함께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성균관 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뭐 이제 회고록은 안 묻네? 지나갔는가 보네요…”라고 되물었다. 문 전 대표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불거진 뒤 현장 행보를 할 때마다 “기억 잘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등 직접 대응을 피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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