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첨예한 패권 다툼 속 복잡해지는 ‘북핵 방정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시진핑, 글로벌 강자로 ‘굴기’ 시도
오바마 ‘아시아 재균형’으로 中 견제… 美-中, 자국 이해 따라 북핵 대응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다시 쓰도록 놔 둬서는 안 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올해 5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임기 내 의회 비준을 촉구하며 워싱턴포스트(WP)에 쓴 기고문의 이 문구는 주요 2개국(G2)인 미중 관계의 현주소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의 강국으로 굴기하려는 중국에 맞서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최근 몇 년간 미중 관계는 ‘경쟁적 협력 관계’를 표방해 왔지만 때때로 헤게모니 쟁탈전의 양상을 보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형 대국 관계’를 내세워 미국과 수평적 관계 형성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아시아 회귀) 정책’으로 중국을 아시아 내 강국으로 묶어두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이슈는 미중 간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중국은 아시아로 밀고 들어오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주는 지정학적 이익을 포기하지 않고 북한을 감싸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노골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축으로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베이징과 동아시아 역내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김정은의 잇따른 핵 도발에도 미중 간에 북핵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접점이 좀처럼 도출되지 않는 이유다.

 현 시점에서 미중이 북핵 해결을 위해 대승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은 1월 4차 핵실험 후 고도화한 북핵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해온 랴오닝훙샹그룹에 중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재무부와 법무부를 동원해 대대적인 제재를 가한 것이 상징적이다. 심지어 북한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전면 시행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맹방 중 하나인 필리핀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 취임 이후 집요하게 공략하며 미-필리핀 간 군사협력을 이완시키며 맞불을 놓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아직 결실을 맺지 않은 것은 미국의 추가적인 대북 압박에 중국이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내년 1월 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뒤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심지어 서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오바마-시진핑 조합으로는 미중 관계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새 관계는 새 사람들끼리 논의하는 ‘리셋’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모두 대대적인 중국 압박을 통한 북핵 해결은 물론이고 환율 조작 등 대중(對中)무역 역조 현상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 장밋빛 기대는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무역, 북핵, 남중국해 이슈 등 양국이 충돌하는 이슈보다는 기후변화,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와의 전쟁 같은 미중 간 공통 이해가 걸린 글로벌 이슈부터 차근차근 해결해야 북핵 협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이 역지사지(易地思之) 관점에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해 조금씩 양보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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