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한 뒤 최근까지 개헌을 ‘블랙홀’이라며 시기상조론을 펼쳐 왔다. 그러다 2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전격 ‘개헌 카드’를 제시한 걸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 미루면 개헌을 추진할 때를 놓친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지만 야당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관련 비선 실세 의혹을 덮기 위한 꼼수’라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 靑 “더 늦어지면 개헌 일정 차질”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국정 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일관된 외교 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 대북 외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일관되게 개헌 논의에 반대했던 박 대통령의 기존 태도와는 차이가 크다. 박 대통령은 불과 6개월 전인 4월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지금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2007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추진을 발표하자 대선 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했을 만큼 개헌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며 “다만 국정과제 이행에 집중하기 위해 논의를 미뤄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한다면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까지 끝낸 뒤인 올해 말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씨 의혹 등 때문에 발표 시점이 당겨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이미 추석 연휴 기간에 개헌 결심을 굳힌 뒤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최근 최 씨 관련 의혹이 확산되면서 청와대 일각에서 “지금 개헌 추진을 발표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개헌 일정을 감안해 원래대로 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더 늦어지면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선주자 가운데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됐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확실한 대선주자가 있다면 개헌에 반대할 텐데 개헌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 “정국 주도권 회복 위한 포석”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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