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은 부동산 호황과 정부의 재정 지출이 떠받친 ‘외끌이 성장’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성장의 질마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빅2’ 기업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내수 위축,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들이 불거지면서 4분기부터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 부동산-추경이 떠받친 한국 경제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0.7%)을 이끈 것은 건설투자였다. 건설투자는 2분기(3.1%)에 이어 3분기(3.9%)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건설투자가 성장에 미친 기여도는 같은 기간 0.5%포인트에서 0.6%포인트로 높아졌다. 한은은 하반기(7∼12월) 건설투자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0.7%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초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완화에 힘입은 건설경기 활황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도 안간힘을 썼다. 9월 말까지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의 80% 이상이 조기 집행되면서 정부소비 증가율은 2분기 0.1%에서 3분기 1.4%로 치솟았다. 2분기에 ―0.3%포인트에 그쳤던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 또한 3분기 0.2%포인트로 뛰었다.
하지만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1.0%)의 절반 수준인 0.5%로 떨어져 다시 ‘소비절벽’ 우려를 낳고 있다.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투자를 주저하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은 2분기 2.8%에서 3분기 ―0.1%로 꺾였다.
제조업 성장률은 2분기 1.2%에서 3분기 ―1.0%로 주저앉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단종과 현대자동차 파업의 여파로 자동차, 휴대전화 등의 생산과 수출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탓이다.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 역시 ―0.3%포인트로 2009년 1분기(―0.6%포인트)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나빴다.
일각에서는 추경이나 건설투자 효과가 없었다면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된 데다 일본처럼 ‘나쁜 저성장’으로 가고 있어 더 큰 문제”라며 “부동산을 띄워 경기를 살리는 단기 정책으론 거품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 4분기부터 ‘성장절벽’ 우려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 이상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2.7%)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성장률이 0.3%를 웃돌면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로 내세운 2.8% 달성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경 편성과 10조 원 규모의 추가 재정 보강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면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4분기 이후부터 성장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4분기 성장률이 0%대 초반이나 마이너스로 내려앉은 데 이어 내년 연간 성장률이 2%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및 현대차 파업의 후폭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악재가 줄줄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 성장률에 갤럭시 노트7 단종에 따른 삼성전자 영업손실 2조 원이 반영됐다”며 “4분기부터 2차 충격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28% 이상 급감했다.
여기에다 청탁금지법 시행과 125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현재 진행형인 기업 구조조정 등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장애물이 많다. 연말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여건과 개헌 논의에 따른 불확실성도 악재다.
무엇보다 성장세를 뒷받침했던 건설투자가 꺾일 경우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이 4.1%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1%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4분기 이후 경제 상황이 더 우려되는 만큼 통화와 재정정책의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저성장 탈피를 위한 장기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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