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일괄 사표 지시에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90분간 비공개 긴급회동을 갖고 ‘최순실 게이트’ 사태 수습을 위해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만난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번 의원총회 얘기와 야당에서 매일 하는 회의내용 등까지 종합해 가감 없이 여론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검사가 시간이 걸린다면 지금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당사자(최순실)가 빨리 들어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본인 탈당 문제 등을 놓고 당내 분위기가 어떤지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며 “최 씨의 국내 송환 등 요구에도 대통령이 ‘잘 알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지도부 책임론’을 의식한 듯 이날도 별도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정치 원로들에게 최근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자문을 했다. 대통령에게 회동을 요청한 것도 ‘청와대 오더에만 움직이는 대표’란 일각의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전면 인적 쇄신을 안 하면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가 최순실 파문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다간 악화되는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수석 일괄 사표 지시를 내린 만큼 늦어도 주말을 기해 인적 쇄신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제기된 박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다수 얘기가 아닌 것 같다”며 “선거 때는 박 대통령 사진을 걸어놨던 사람들이 탈당하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의 ‘최순실 특별검사제 도입’ 협상을 중단했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사퇴, 최순실 등 부역자(국가 반역에 가담 및 동조한 사람)의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조건이 먼저 이뤄져야 우리도 협상을 생각해 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4년 여야가 합의해 제정한 상설특검법을 도입하자는 새누리당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가 특검 임명 방법, 수사 대상, 범위, 기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에 “상설 특검으로 해도 대통령 입맛에 맞는 검사를 고를 수 없다”며 “(2014년) 박지원 박영선 박범계 의원 등 야당의 ‘박(朴) 남매’가 만든 상설 특검을 자신들이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여야 3당 원내대표는 31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할 예정이어서 특검 협상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