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김무성 나경원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54명이 어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연판장 서명에 나섰다. 그제는 김현아 대변인,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오신환 당홍보위원장 등 당직자를 포함한 의원 21명이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고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당직자들은 어제 사표를 내면서 “실추된 국민 신의를 회복하려면 뼈를 깎는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비박 의원들은 의원총회 소집까지 요구했다.
새누리당에서 비박의 반란은 사필귀정이요, 자업자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바꾸고 19대 총선을 지휘한 2012년 이후 새누리당은 줄곧 ‘친박 천하’였다. 올해 4·13총선 때의 공천 파행은 친박 패권주의의 극치였다. 총선 참패에도 친박은 2선 후퇴 대신 비대위 체제를 뒤에서 흔들었고, 결국 8·9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대표 당선으로 다시 지도부를 접수했다.
이 대표는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주도하는 청와대를 견제하고 박 대통령이 민심에 귀를 열도록 ‘악역’을 하기보다 오히려 박 대통령 옹호에 앞장섰다. 오랜 세월 참모로 박 대통령 곁에 머문 이 대표가 비선 실세의 존재를 알고도 지금까지 직언하지 못했다면 참모의 자격이 없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대표 당선 직후 그는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 게 마치 정의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와 일부 참모진에 휘둘리면서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데는 이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친박의 책임도 크다.
새누리당이 직면한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정권 재창출은 고사하고 보수의 공멸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온다. 여당이 청와대를 대신해 국정을 리드해야 하지만 박 대통령의 아바타인 친박 지도부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려면 새누리당도 지도부 교체를 비롯해 재창당 수준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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