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공개를 앞둔 국정 역사교과서가 ‘최순실 게이트’로 안팎에서 거센 난관에 직면했다. 국정 교과서를 주도했던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최 씨의 최측근인 차은택 씨의 외삼촌으로 밝혀지면서 역사학계는 국정 교과서 반대에 나섰다. 2일 신임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국정 역사교과서에 강하게 반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국정화 논쟁이 거셀 때 본보 10월 22일자에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여기서 “교과서를 국정으로 획일화해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또 다른 교과서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하라”며 “글로벌화 정보화와 함께 역사는 더 높은 다양성을 향해 흐르고 있다. 여기에 국정화로 획일성의 둑을 쌓는다? 아서라”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 여당을 향해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을, 또 스스로 잘하면 될 일을 마치 진보 성향의 집필자들과 채택 교사들의 ‘숨은 의도’ 탓인 양 말하지 말라”며 “이를 문제 삼아 자유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인 다양성을 해치려 들지 말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또 11월 25일 한 주간신문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혼이라는 말로 언급했지만 다양성 안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라며 “박정희 정권처럼 국가가 나서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소신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학계와 시민단체의 국정 교과서 반대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 교과서는 ‘최순실 교과서’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이제라도 국정 교과서를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에는 한국사연구회 등 47개 역사학회·단체가 “지금까지 일방적 정책들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결과가 아니었음이 드러난 만큼 국정화 고시를 철회하라”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공개와 의견수렴, 배포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며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3월 고등학교에 ‘한국사’, 중학교에 ‘역사’ 교과서를 보급하려면 이달 28일 현장 검토본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정 교과서는 학생들의 역사 공부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중단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내용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집필자인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도 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최순실과 교과서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 지금 (집필이) 다 돼 가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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