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야당 만나 ‘김병준 內治총리’ 협조 요청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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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비선들의 국정 농단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고 한다. 총리 후보자와 비서실장 내정에 이어 국민 앞에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어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일방적 총리 지명에 대해 “절차상 문제는 청와대의 시스템이 무너져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저 역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보고 그대로 있기가 힘들었다”며 국무총리가 되면 개각을 포함한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총리 인준 청문회를 거부하고 일각에선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자 김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나온 정국 구상을 국민 앞에 밝힌 것이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김 후보자는 책임총리로서 내치(內治)를 총괄하고, 대통령은 외교·안보만을 맡는 거국중립내각이자 사실상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험하게 된다. 내치와 외치(外治)를 분리하는 것이 위헌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위기에 안보 위기가 겹친 비상시국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 리스크에 국가신인도가 흔들리고, 아시아 안보가 걱정스럽다는 외신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하늘을 찌르지만 그렇다고 헌정 중단과 국정 붕괴를 원하는 국민이 많다고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현행 헌법 테두리 내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 난국을 극복하는 것이 절실하고도 현실적이다.

 김 후보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일어난 본질에 대해 “대통령의 권력과 보좌 체계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탈당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은 정부 아닌 국회가 주도해야 하고, 정부가 주도한 국정 역사 교과서도 합당하지 않다고 야권의 주장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김 후보자는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이쪽저쪽 가르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정을 걱정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총리로 나선 것이 노무현 정신에 맞다고도 했다.

 김 후보자의 회견에서 진정성이 전해진다는 반응이 적지않다. 그러나 야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검찰 조사 수용 등 기존의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김병준이라는 ‘인물’보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지명이라는 ‘절차’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오늘이라도 3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정중히 밝히고 가급적 빨리 만나 머리를 숙여야 한다.

 오늘 대국민 담화를 전후해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에게 총리 지명 절차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좋다. 국무총리의 각료 임면(任免)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등 김 후보자에게 내치(內治)를 맡기고 스스로 ‘2선 후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김병준 총리 지명을 추인(追認)받기 바란다. 무엇보다 최순실 일가의 국정 농단에 대해 국민 앞에 절절한 참회를 해야 한다. 야당은 그래도 김병준 책임총리를 거부할 작정이라면 대통령 하야를 주장할 게 아니라 헌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김병준#책임총리#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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