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김병준… “야당 이해 구해도 안되면 군말없이 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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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어디로/몰아치기 인사]김병준 총리 후보자 회견

말 잇지 못하고…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리직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하던 중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말 잇지 못하고…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리직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하던 중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3일 오후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A4 용지 두 쪽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던 김 후보자는 원고 마지막 부분에서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책임과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회견을 마친 뒤 주변에서 건넨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잠을 늦게 잤다. 고민이 왜 없었겠느냐”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총리 지명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보고 그대로 있기 힘들었다. 냉장고 안의 음식은 냉장고가 잠시 꺼져도 상한다. 국정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명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 문제는 청와대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무너져 생긴 일이지만 나 역시 유감스럽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대통령과 공유한 총리의 권한과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헌법상 ‘총리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정을 통할한다’고 돼 있고 내각 각료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이 있다. 국정을 통할한다는 의미를 폭넓게 해석해 경제, 사회정책 전반에 걸쳐 총리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경제, 사회정책을 맡겨 달라고 했다.”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나.

 “토요일(지난달 29일)에 둘이 만나 충분히 얘기를 나눴다. 정확한 말은 기억이 안 나지만 동의하셨다고 본다. 국정에 대한, 특히 경제와 사회에 대한 통할을 내게 맡기신 걸로 본다.”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현행 헌법상 내치는 총리, 외치는 대통령이 맡는 구조가 가능하지 않다”고 국회에서 말했는데….

 “(내 주장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유고 상태가 아니지 않으냐. 대통령이 결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태로 가는 건 아니다. 완전히 이원집정부제 형태로 법률적 권한까지 총리가 다 갖는 형태가 될 수 없다는 설명 아니겠는가.”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데 대통령과 총리가 생각이 다르면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는 대통령과 총리의 뜻이 맞는다고 해도 국정 운영이 어렵다. 여야 협치 구도가 아니면 어떤 것을 해도 안 된다. 총리 중심으로 여야 협치 구도를 만들면 서로 용인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개헌은 임기 중 추진할 수 있나.

 “그것조차 국회와 여야 정당이 결정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답변 내내 국회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만큼 여야 협조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현실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그는 “나는 (총리 제안 수락이) 노무현 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이쪽저쪽 가르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정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벌어진 본질에 대해선 “대통령의 권력과 보좌 체계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교육부총리로 내정됐다가 논문 표절 의혹으로 13일 만에 낙마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나는 표절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스스로 청문회를 요청했겠느냐”며 “날짜를 잘못 확인하고, 내 박사학위 논문을 안 봐서 그런 (의혹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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