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주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나선 데 이어 3일 야권 일각에선 대통령 하야를 상정한 ‘조기 대선’ 주장까지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끌어올린 것이다. 대통령 하야는 헌정 중단을 의미하는 중대 국면이다. 이를 의식한 두 야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이 ‘11·2 개각’을 철회하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를 풍길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자제하고 있다. 청와대와 야권의 정면충돌이 ‘조기 대선 정국’을 낳을지 주목된다.
○ 야권 일각 ‘조기 대선’ 주장까지
당초 대통령 하야를 전제로 한 조기 대선론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등 야권에서도 극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이어 이날 한광옥 신임 비서실장 임명까지 인적쇄신 드라이브를 걸자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박 대통령 하야와 조기 대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날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작은 혼란과 고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도 “모든 새로운 탄생은 껍질을 벗는 아픔이 있지 않으냐”라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식물 대통령’ 상황으로, 그것도 1년 4개월이나 남은 것이 더 큰 혼란이지 않으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 및 6개월 후 대선’이라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거국내각의 임기를 6개월로 하는 것은 안정적인 정권 이양과 정치 일정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각 당에 차기 대선 후보를 선출하고 국민이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 27명은 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하며 조기 대선론에 힘을 실었다. 대권 주자가 아닌 의원들이 단체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건 처음이다. 이들의 집단행동에는 당 지도부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개각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가만히 둬도 그 길(하야 및 조기 대선)로 갈 수밖에 없다”라며 “박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그 운명을 재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대통령이 하야를 결심할까?
조기 대선은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하도록 규정한 헌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선행 조건인 박 대통령의 하야 결정 가능성이 낮아서다. 민주당 수도권 중진 의원은 “야권 일부 후보가 조기 대선을 바랄 수는 있겠지만 박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꿈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몰아치듯 개각과 비서진 인선을 잇달아 수습 방안으로 내놓은 것을 볼 때 박 대통령은 하야 대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조기 대선의 또 다른 방법은 국회 탄핵소추다.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호전되지 않고 청와대와 야권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 야권은 역풍을 각오하고라도 탄핵 카드를 꺼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반란표 없이는 국회 통과가 어렵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300명)의 3분의 2인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야권 171석(민주당 121, 국민의당 38, 정의당 6, 야권 성향 무소속 6)이 모두 찬성한다고 해도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의 이탈 표가 나와야 가능하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180일 이내에 탄핵을 결정해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헌법재판소가 기각을 결정하기까지 두 달여가 걸렸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야권이 힘을 모아도 탄핵소추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라며 “그러나 탄핵안 발의 자체가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하야, 탄핵, 조기 대선 모두 청와대와의 힘겨루기에서 나오는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국 수습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검찰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튀어나올 경우 정국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최순실 정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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