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 국정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건 검찰 수사 진행 상황과 여론 등을 감안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적으론 조사 수용 시 탄핵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 씨 사건에 대해 국민이 추호의 의심이 없도록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수용 방침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날 김병준 후보자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 과정에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오찬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7명과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재단 모금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도 베일에 싸여 있다.
따라서 최 씨와의 관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지시하고 기업에 모금을 요청했는지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솔직하게 밝힌 뒤 검찰 수사를 자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에도 여론이 악화되고 있고, 박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박 대통령 수사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응답이 70.4%로 ‘수사에 반대한다’는 응답(21.2%)의 3배 이상이었다. 또 박 대통령 하야 또는 탄핵을 요구하는 응답자도 55.3%에 달했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있겠느냐”며 “박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써야 할 상황이고 물러설 곳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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