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어제 ‘최순실 사태’ 담화를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평가절하하고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진정성이 없는 개인 반성문에 불과했다”며 별도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이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고 자리 보전과 꼬리 자르기에 연연한다면 당 차원에서 하야·탄핵의 길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영수회담을 통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주장했다.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가 정국을 수습하기는커녕 야권을 되레 투쟁 국면으로 몰아간 형국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사과에 만족한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는 새누리당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가 이처럼 커진 데는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한사코 가로막은 새누리당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거국중립내각과 총리의 권한 및 임명 방식을 놓고 야당이 오락가락해 문제를 키운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초 유력 대선주자이자 오너나 다름없는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까지 포함해 국정수습 해법으로 거국내각을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수용하겠다며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자 거국내각보다는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발을 뺐다. 여당이 받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고 거국내각을 제안했는데 받겠다고 하니 놀라서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러고는 야3당끼리 모여 세월호특별법 합의까지 다른 여러 가지 조건들을 주렁주렁 내놓았다. 야당 추천 총리가 내치(內治)만 맡을 것인지, 아니면 외교 안보까지도 내놓으라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리더십이 뚜렷하지 못한 야당이 말을 수시로 바꾸고, 중구난방으로 이런저런 조건들을 붙여대니 국민이 신뢰하고 다음 정권을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 사과 뒤 청와대는 야당과 대화할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지금의 사태 수습 방안과 차후 국정운영 방안,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까지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야당이 수권을 꿈꾸는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지금의 사태를 길게 끌고 가면서 대선 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정략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을 만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내놓고 담판을 벌여야 한다. 국민은 이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야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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