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대해 두 번째 사과를 한 4일 새누리당도 “모든 사태는 대통령과 당의 책임”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청와대와 내각에 이어 여당 일각에서 인적쇄신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정현 대표 체제는 출범 3개월 만에 ‘시한부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박(비박근혜)계 강석호 최고위원도 이날 사퇴를 예고하며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을 압박했지만 이 대표는 사퇴를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탈당 또는 분당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 의총에서 ‘지도부 사퇴론’ 분출
與도 대국민 사과 새누리당 지도부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이 대표는 이날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2004년 박 대통령을 모시기 시작한 이후 이 순간까지 함께 모든 정치를 해왔다”며 “저의 죄가 크고 무겁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여권 공멸의 우려 속에 의원들의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분출했다.
윤한홍 의원은 “국민들은 이 대표를 대통령의 비서로 생각한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황영철 의원은 “이 사태를 이 대표만 대통령과 소통해서 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학용 의원은 “당정청이 한 몸이라면 당도 바뀌어야 한다”고, 당 대변인직을 사퇴한 김현아 의원도 “민심을 거스르면 배가 전복된다”고 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반발했다. 박대출 의원은 “세월호는 선장이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며 침몰했다”고 말했다. 이채익 의원은 “여기에 대통령 도움 안 받고 당선된 자가 있느냐”며 공동 책임을 강조했다. 다만 친박에서도 ‘사퇴 전제 선(先)수습’ 주장이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일단 불을 꺼야 한다. 동시에 그만둘 시점도 정하라”고 촉구했다.
발언을 지켜보던 정 원내대표는 “12월 2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 새 내각이 자리 잡으면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강 최고위원도 “이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까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제가 먼저 사퇴하겠다”고 했다. 2011년 말 ‘홍준표 대표 체제’ 붕괴 때처럼 직을 먼저 던져 지도부 총사퇴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의원 44명 중 사퇴 요구가 22명으로 사퇴 반대(11명)의 2배였다. ‘시한부 수습’ 주장도 11명에 이르렀다. 7시간여 진행된 의총 마무리에 나선 이 대표는 “저는 눈뜨기가 싫고 당장이라도 내려놓고 싶다”면서도 “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우는 상황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제가 내일, 다음 주, 다음 달 물러나겠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에 사퇴를 요구한 의원들이 반발했고 주류-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개××” “정치 그만하라”라는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 여권 대선주자들 “담화 부족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 뒤 “속으로 펑펑 울었지만 공동 책임의 한 축으로 국민께 큰 아픔을 드린 입장에서 제 눈물과 감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에는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 여권의 잘못으로 큰 국가 위기를 맞게 됐으니 애국심으로 협조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대선주자들은 담화에 대해 대체로 “크게 미흡하다”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모자라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김무성 전 대표는 “담화 전반부는 진솔하게 얘기했지만 국무총리 후보자 문제는 어떻게 하겠다는 정도의 언급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국민이 듣고 싶은 모든 진실을 고백하지 않고,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국민은 대통령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원한다. 2선으로 물러나고 총리 지명을 철회하라”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통령이 모든 걸 비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사과를 할 때 ‘통보’식 총리 지명에 대해서도 정중히 사과하고, 야당에 도와달라는 얘기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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