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직장동료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서모 씨(32)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때론 감정을 담아 담화문을 읽었지만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서 씨는 “정치에 관심도 없다던 한 동료는 담화를 지켜본 뒤 ‘토요일 촛불집회에 나가봐야겠다’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열흘 만에 다시 이뤄진 박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의 용서는커녕 최소한의 이해도 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 박모 씨(21)는 “진실과 소통은 보이지 않고 거짓과 불통만 느껴지는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괴감이 든다고 했을 때 그를 선택했던 지역민들이 오히려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은지 씨(35·여·대구 북구)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돌아서는 모습을 다시 봤을 때 대통령이 아직도 성난 민심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민수 씨(29·경북 경산시)는 “국민이 화가 난 근본적 원인과 사태 본질에 대한 언급은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자괴감’ ‘서글픈 마음’ 등의 단어로 감정을 드러낸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경기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명주 씨(24)는 “연예인들의 ‘감성팔이’(감정에 호소해 잘못을 덮으려는 모습을 비꼬는 표현) 같았다”고 혹평했다. 취업준비생인 윤혜정 씨(25·여)도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한 것 같은데 오히려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용 자체는 열흘 전 첫 번째 사과보다 나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시기 자체가 너무 늦었다는 게 시민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는 직장인 박모 씨(48)는 “가족 얘기를 하면서 울먹이는 걸 볼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라면서도 “하지만 민심은 이미 강물을 건너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형기 씨(24·경기 의정부시)는 “첫 사과보다 나아졌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되돌리진 못할 것 같다”며 “최순실의 비리를 몰랐다고 하는데, 어떻게 일이 이렇게 커지도록 모를 수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검찰 조사를 수용하기로 한 만큼 일단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중견기업 임원인 정모 씨(52)는 “잘못한 것이 있다면 죗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지만 아직 퇴진 주장까지는 너무 심한 것 같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명확한 해명 없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며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번보다 진일보했다”며 “본질은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게 체제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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