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심 구하려 하나” 싸늘 “더이상 혼란은 안돼” 신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5일 03시 00분


[朴대통령 두번째 사과]정국-여론 어디로
대국민 담화 시민들 반응

 “책임을 지겠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지 모르겠던데요.”

 4일 오전 직장동료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서모 씨(32)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때론 감정을 담아 담화문을 읽었지만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서 씨는 “정치에 관심도 없다던 한 동료는 담화를 지켜본 뒤 ‘토요일 촛불집회에 나가봐야겠다’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열흘 만에 다시 이뤄진 박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의 용서는커녕 최소한의 이해도 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 박모 씨(21)는 “진실과 소통은 보이지 않고 거짓과 불통만 느껴지는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괴감이 든다고 했을 때 그를 선택했던 지역민들이 오히려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은지 씨(35·여·대구 북구)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돌아서는 모습을 다시 봤을 때 대통령이 아직도 성난 민심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민수 씨(29·경북 경산시)는 “국민이 화가 난 근본적 원인과 사태 본질에 대한 언급은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자괴감’ ‘서글픈 마음’ 등의 단어로 감정을 드러낸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경기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명주 씨(24)는 “연예인들의 ‘감성팔이’(감정에 호소해 잘못을 덮으려는 모습을 비꼬는 표현) 같았다”고 혹평했다. 취업준비생인 윤혜정 씨(25·여)도 “동정심을 유발하려고 한 것 같은데 오히려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용 자체는 열흘 전 첫 번째 사과보다 나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시기 자체가 너무 늦었다는 게 시민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는 직장인 박모 씨(48)는 “가족 얘기를 하면서 울먹이는 걸 볼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라면서도 “하지만 민심은 이미 강물을 건너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형기 씨(24·경기 의정부시)는 “첫 사과보다 나아졌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되돌리진 못할 것 같다”며 “최순실의 비리를 몰랐다고 하는데, 어떻게 일이 이렇게 커지도록 모를 수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검찰 조사를 수용하기로 한 만큼 일단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중견기업 임원인 정모 씨(52)는 “잘못한 것이 있다면 죗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지만 아직 퇴진 주장까지는 너무 심한 것 같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명확한 해명 없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며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번보다 진일보했다”며 “본질은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게 체제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차길호/ 대구=장영훈 기자
#박근혜#대국민사과#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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