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베르메스 파리 商議의장 밝혀
“미르재단 뭐 하는 곳인지 몰라… MOU체결에 모대사 매우 기뻐해”
모철민 “나는 개입 안했다” 부인
장폴 베르메스 프랑스 파리 상공회의소 의장이 미르재단과 프랑스의 유명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과 관련해 “모철민 주프랑스 한국대사가 미르재단을 소개했다”라고 3일 밝혔다.
설립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미르재단이 지난해 11월 에콜 페랑디와 MOU를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모 대사가 직접 나섰기 때문이라고 각서 체결 당사자가 확인한 것이다. 주요국의 대사까지 최순실의 미르재단을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에콜 페랑디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는 최순실과 차은택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베르메스 의장은 이날 파리 8구에 있는 파리 상공회의소 의장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와 미르재단의 관계가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에콜 페랑디와 미르가 MOU를 맺게 된 과정을 밝혔다. 에콜 페랑디는 1920년 파리 상공회의소가 만든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학교다. 그는 “모 대사가 ‘한국 대통령이 프랑스에 오는데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에콜 페랑디가 교수를 한국으로 보내 프랑스 음식을 가르쳐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르가 무슨 기관인지는 몰랐다. 우리는 미르가 됐건 누가 됐건 한국과 같이 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미르재단과 에콜 페랑디의 MOU 체결은 지난해 11월 30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의 참석차 박근혜 대통령이 파리를 방문하는 날에 맞춰 11월 중순부터 급박하게 진행됐다. 야당에서는 2013년부터 에콜 페랑디의 파트너로 일해 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갑자기 손을 떼고 미르재단으로 사업을 넘긴 과정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당시 김재수 aT 사장이 올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미르에 사업을 넘긴 공을 인정받은 ‘최순실 인사’라는 의혹이 일었다.
베르메스 의장은 “aT가 우리와 사업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내가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첫 대상은 미르재단”이라고 말했다. MOU를 체결하게 된 배경은 김 장관이 아니라 모 대사라는 것이다. 그는 “에콜 페랑디가 미르재단과 사인하기로 결정하자 모 대사가 매우 기뻐했다”라고 전했다.
베르메스 의장이 이날 밝힌 합의 내용도 미르재단이 공개한 것과는 달랐다. 미르재단은 에콜 페랑디에 한식을 정규 강좌로 도입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의 집’에 분교(페랑디-미르학교)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베르메스 의장은 “합의한 것은 에콜 페랑디의 교수들을 한국에 보내는 것”이라며 “에콜 페랑디의 한국 분교를 세우는 방안은 논의된 적이 없으며 합의서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에 따르면 미르재단이 올해 8월까지 에콜 페랑디 사업에 쓴 비용은 6억 원이다.
이에 대해 모 대사는 “MOU 체결은 미르재단과 에콜 페랑디 두 단체 사이에 논의된 것으로 나는 개입한 적이 없다”라며 “프랑스 상공회의소와는 자주 왕래가 있지만 이 건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모 대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 문체부 차관을 거쳐 박근혜 정부 초대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박 대통령과는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3월 문체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주요국 대사인 주프랑스 대사에 임명됐다. 교육문화수석 시절인 2013년 7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체육계 비리 척결에 공을 들였다. 당시 체육계 비리 척결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준우승에 그치면서 판정에 불만을 품어 시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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