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유라-장시호, 근혜 이모라 불러”… 친밀 과시한 최순실씨 一家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5일 03시 00분


[최순실 게이트]주변 인사들이 전한 관계


 “근혜 이모가 꼭 대통령이 돼야 해요.”

 TV 뉴스를 보던 20대 후반 여성과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대중 목욕탕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쳤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창 당내 경선 경쟁을 벌일 때였다. 목욕탕 안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 씨는 자녀가 없어 이모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없었다.

 9년이 흘러 3일 찾은 서울 서초구의 한 목욕탕.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20) 씨와 최 씨의 언니 순득 씨의 딸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37) 씨가 바라보며 ‘근혜 이모’를 외쳤던 TV에선 순실 씨가 고개를 푹 숙이고 검찰청사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목욕탕 직원은 “그땐 순득, 순실 자매가 최태민 씨의 딸인 줄 몰랐다”라며 “육영재단에서 일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박 대통령과 친분만 있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최 씨의 일가친척과 지인, 이웃 주민 등을 만나 박 대통령과 최 씨 일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최 씨 일가가 사는 모습은 강남에 사는 교양 없고 기가 센 졸부의 모습이었다”며 “딱 하나 특별했던 것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이었고, 그들은 그걸 훈장처럼 달고 살았다”라고 전했다.

 시호 씨는 일부 지인들에게 박 대통령과의 집안 인연을 들려줬다.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인 육영수 여사를 잃고, 절친한 우리 할아버지를 불렀어. 할아버지에게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딸을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어.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근혜 이모가 우리 엄마 집을 찾아왔어. 엄마랑 동갑이지만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의지했어.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돌봐 줬거든. 할아버지도 ‘우리 집에 딸이 하나 더 생겼다’며 무척 반겼어.”

 시호 씨가 주변에 한 이야기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로, 순득 씨 자매가 과거를 미화해 들려준 것을 그대로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순득 씨 이웃 주민들은 박 대통령이 순득 씨 집을 자주 방문하고, 밤에 찾아와 묵고 가곤 했다고 증언했다. 또 2006년 5월 괴한에게 문구용 커터로 습격을 받았을 때 이곳에 머문 사실도 목격했다. 박 대통령도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 주었다”라고 인정했다.

 2012년 12월 박 대통령 당선 후 ‘또 하나의 가족’이자 사실상 ‘진짜 가족’인 최 씨 일가는 환호했다. 시호 씨는 특히 순실 씨를 자랑스러워했다. 시호 씨 주변에서는 순실 씨의 이름은 몰랐지만 ‘박근혜 보좌관 이모’로 통했다. 순실 씨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일은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제주에 자리를 잡으려던 시호 씨는 “서울로 올라와서 꿈을 펼쳐라”라는 순실 씨의 권유로 서울로 왔다고 시호 씨 측근은 전했다. 순실 씨는 “넌 꼭 나 같다”라며 시호 씨를 아꼈다고 한다. ‘대통령 이모’와 ‘비선 실세 이모’를 둔 시호 씨의 사업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의 측근은 “시호 씨가 늘 문화체육관광부와 통화 중이었다”고 말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삼성에서 5억 원을 지원받고, 누림기획이 문체부와 계약을 맺은 사실을 ‘뿌듯하다’고 자랑도 했다.

 최 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인연은 새드엔딩으로 끝나게 됐다. 최 씨의 한 친척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라도 박 대통령의 딸이 아니냐는 루머에 친자 확인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라며 “주변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해 이말 저말 하면서 떠드니까 힘들어했다”라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동진 기자
#최순실#정유라#장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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