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지금, 대한민국은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통령은 총리에게 내치를 모두 맡기고 외교 안보에만 전념해야 합니다.”
최순실-차은택 등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으로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은 향후 미래를 가늠할 수도 있는 ‘운명의 1주일’을 맞게 됐다. 국내 1세대 철학자이자 백수(白壽·99세)를 앞둔 나이에도 우리 사회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조언해 온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96·사진)를 만나 그 해법을 물었다.
6일 오후 경기 과천시의 한 교회 특강 뒤 만난 그는 먼저 대통령의 잘못과 시급한 과제부터 꺼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의 2차 사과는 말로만 ‘내 탓이오’라고 했을 뿐 실제로는 ‘나는 충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됐다’는 식의 자기중심적 사과여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게 된 것에는 대통령뿐 아니라 친박도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통령이 탈당하고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가 물러난 뒤 친박, 비박이 힘을 합쳐 여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은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섣불리 다뤄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하야의 경우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절차나 법적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선택보다는 대통령이 내치에서 손을 떼는 방식이 혼란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야권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현재의 국가적 혼란과 위기를 대권(大權)으로 가는 동력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야당 사고방식과 목표의 90%는 대권을 위한 계산에 가 있는 듯하다”며 “이런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지금은 국민이 야당을 지지하는 듯해도 좀 있으면 바로 떠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한 여야의 협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과 외침은 국정 농단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이제라도 대한민국을 제대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열망도 깔려 있다”며 “대통령과 여야는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작고한 김태길 안병욱 교수와 함께 3대 철학자로 꼽혀 왔으며 연세대 철학과에서 30여 년간 후학을 지도했다. 지금도 학교와 기업 등에서 강연하는 우리 사회의 ‘현자(賢者)’이자 베스트셀러 에세이집의 저자이기도 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