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12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어 이번 주 안에 여론의 흐름을 돌리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5일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 4만5000명)의 시민이 모여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자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청와대는 6일 오후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한 실장은 “5일 광화문광장에서 보여준 국민의 준엄한 뜻을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12일 열릴 예정인 민중총궐기대회에 5일 집회보다 훨씬 많은 시민이 모여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극단적인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4일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4.3%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수용 불가’라는 응답이 57.2%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미흡하나 수용’(28.6%), ‘대국민 사과로 충분’(9.8%) 등 10명 중 4명은 ‘수용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여론이 더 확산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10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제외하고는 이번 주에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해법 마련에 전념할 예정이다.
첫 번째 과제는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영수회담이 문제의 실마리를 풀 단초라고 보고 회담 성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도 야당과 어느 정도 조율이 된 뒤 국회로 보낼 방침이다.
박 대통령이 종교계 지도자 등과 만나 수습책을 논의하면서 대국민 담화에서 빠진 책임총리 권한 문제를 직접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게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야당을 설득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회담 성사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새 총리 인선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 수용, 박 대통령 탈당 등을 요구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야당이 김 후보자를 끝내 거부한다면 청와대로서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다면 총리 인선 및 거국내각 구성도 정치권에 넘겨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선을 긋는 효과는 있지만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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