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이후 2주일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고 상황은 악화 일로다. 내용이 부족하거나 순서에 맞지 않는 처방을 내놨기 때문이다. 여론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 24일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자료 등이 담긴 ‘최순실 태블릿PC’의 존재가 확인되자 박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신속한 대응이었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95초 동안의 사과에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은 없었다. ‘부실 사과’ 비판 속에 역풍을 자초하는 결과가 됐다.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박 대통령의 사과 닷새 뒤인 지난달 30일에야 이뤄졌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대통령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 수석비서관 4명의 사표를 수리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타이밍이 늦는 바람에 효과가 적었다.
지난주에는 국무총리를 포함한 개각 발표(2일),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진 인선(3일), 대국민 담화(4일) 등 일련의 조치를 숨 가쁘게 내놨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많다. 청와대 참모진을 먼저 정비한 뒤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대통령이 담화를 하고, 야당과 협의하면서 개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또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열흘 전보다 진일보한 사과를 했지만 ‘책임총리제’ 등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여전히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어렵게 내놓은 사과의 효과를 반감시켰다.
‘혼란의 2주일’이 지나면서 이제 박 대통령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도왔던 참모들은 사라졌고 여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지지율 5%’라는 여론의 강한 찬바람을 맞고 있다. 하루빨리 눈을 국민에게 맞추고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책무는 헌정을 유지하며 국정 혼란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다음 정권이 탄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찔끔찔끔하지 말고 쓸 수 있는 카드를 ‘한목’에 꺼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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